중얼중얼

도시의 낙엽

moonbeam 2005. 11. 18. 07:52
  
올해는 낙엽 색깔이 유난히 짙어 
어딜 가나 나무가 있는 곳이면 
가을의 진가가 빛난다.
예년에는 그냥 무덤덤하게 
가을인가 보다 했었고,
가을의 맛을 느끼기도 전에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에 대해
오히려 안타깝고 아쉬워했지만 
올해는 유난히도 나뭇잎 색에 대한 느낌이 
강하게 다가온다.
옛날에는 가을 단풍이 이처럼 울긋불긋한 줄도 
별로 느끼지 못한 것 같은데....
아마도 나이를 먹어가는 탓이 아닐까 싶어 
기분도 과히 좋지만은 않다..
 
 
요즘은 정말 낙엽의 계절이다.
산에를 가도, 아니면 도심의 길을 걸어도 
어디나 널린 나뭇잎 천지다.
나무들은 저마다 찬란한 색깔을 뽐내다가는 
이내 떨어져 도로에 나뒹군다.
지들끼리 바람에 이리저리 몰려 다니기도 하고, 
웃고 깔깔거리며 구석구석을 휘몰아 다닌다.
그 놈들이 어디로 가나 하고 살펴봤더니
쓸어 모아져서는 군데군데 있는 
큰 푸대자루 속으로 들어 간다.
길거리 곳곳에는 낙엽을 긁어 모은 
자루들이 하나 둘 씩 쌓여 간다.
그런데 이런 낙엽들은 썩지도 않아 
그대로 소각된다고 한다.


낙엽이 썩지 않는 것은 
공해에 찌든 때문이라는 것도 이해가 되지만
흙이 없는 도시의 도로 위에 떨어지는 것도 
중요한 이유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실, 서울같은 대도시에는 불투수층의 면적이 
모르긴 몰라도 80% 이상 되지 않을까?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리가 흙을 밟고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물이 스며들지 못하는 콘크리이트나 
아스팔트, 보도 블럭 위에서 
온몸이 멍들어가며 생활하는 우리처럼 
낙엽은 잘 닦여진 포도 위에서 방황한다.
땅 속으로 들어 가서 분해되고 썩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는것이다.
부드러운 흙 속에는 지렁이나 다른 벌레들, 
또 수많은 미생물이 있어서
낙엽을 분해하고 자연스럽게 썩게 하여 
풍요한 밑거름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자연의 흙에서 나서 다시 자연의 흙 속으로 돌아가는 
순환의 법칙을 준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편리성와 도시의 기능적인 면만을 강조한 나머지
반드시 지켜 이루어져야만 하는 순환의 법칙을 우리가 파괴하고 깨뜨린 것이다.
지렁이나 미생물은 커녕 흙조차 밟을 수 없으니....
봄의 연하게 솟아 오르는 새싹, 여름의 무성한 초록, 가을의 화려함과 동시에 떨어짐. 그러나 낙엽은 그렇게 죽어만 가는 것은 아니다. 떨어짐으로 나무에게는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와 인내를 심어 주는 것이요, 흙 속에 파묻혀 썩어짐으로 스스로 대자연의 섭리를 지켜 영원성을 획득한다. 순환이 이루어질 수 없는 도시나 인간의 몸, 사회 조직은 물론 생물이든 자연이든 심지어 인공물 까지도 저절로 괴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뒹구는 낙엽을 보고 인생의 황혼을 느끼고 감상에 젖는다면 낭만적이어서 좋다. 그러나 길바닥에 흩어진 현대 도시의 낙엽들은 죽어도 편히 죽지 못하는 가여운 쓰레기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제 다시 낙엽들이 갈 길을 만들어 줘야 할 때라 생각한다. 자연 그대로 왔다가 그대로 흙에 묻혀서 돌아가는 그 멋진 퇴장과 한해를 기다림으로 갖는 영원성을 안타까워 하면서도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우리 환경을 만들어 가야만 한다.
2005.11.^^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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