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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각

시각 날마다 반복하시는 어머니지하에 사람이 있어요지하에 불 켜요지하에 물 가져와요단순한 헛소리로 치부했다.곰곰 생각해보니아하...항상 누워만 있는 시각에서는발 아래 방문이 있으니그 밖을 지하로 인식했구나...뒤늦게 말뜻을 이해했다.(뱀 다리)시각이 다르면 판단이 달라진다.그 판단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지만다른 시각을 이해하면 소통의 실마리는 잡을 수 있다.옳고 그름은 이해하고 난 후 소통해서 따져보자.#시각 #판단 #이해 #소통

미메시스 2024.09.09

요양 보호

어머님이 누우신지 두 달 반. 매일 되풀이 되는 일상.여태껏 집에 계셨으니 요양시설에 모시는 건 생각도 하지 않았다.주위에서 여러 이야기도 많이 들어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공단에 연락을 해서 직원이 왔다.현장 실사 후 요양등급 판정을 받아 다음 주부터는 요양보호사가 오기로 했다.하루에 4시간.말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 그동안 우리 부부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오후 4시간이지만 그래도 조금 여유를 가지게 됐다. 다행이다.그런데 낮에는 거의 주무시고 밤에만 깨시니 그게 함정...ㅎㅎㅎ어쨌든 숨 좀 돌리게 됐다.두 달여 동안 눈에 띄게 뱃살이 불어 몸무게도 따라 늘었네.이거 줄이기 쉽지 않겠는데.ㅜㅜ#요양보호 #뱃살

중얼중얼 2024.08.30

풀잎에 매달린 매미

풀잎에 매미가 달렸다.단단한 나무에 빨대를 꽂아야 하는데...흐느적거리는 풀잎에 매달린 매미.뭐 어차피 짧은 시간 살다가 갈 것이라 그러려니 하는데...요즘 현실에 대입해 보니 재밌는 그림이 그려진다.건들건들 거들먹거리는 몸짓에 텅 빈 머리만 흔들고 다니는 돌멩이를 따라다니는 놈들과 어쩌면 그리도 같을까...어차피 곧 죽을 운명인데 좀더 살아보겠다고 잡은 것이 하필 썩은 새끼줄이니 이 무슨 얄궂은 운명인가...ㅎㅎㅎ걸레 빨고 빨고 또 빨아도 행주나 손수건 못 되고 짱똘 수북히 쌓아 봐야 금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지들도 잘 알 텐데... 하늘하늘거리는 풀잎에 매달려 죽음을 눈앞에 둔 매미의 생각은 도대체 뭘까?1. 이미 주군으로 삼았으니 죽도록 충성해야지. 일편단심을 우리 국민들은 좋아하잖어.2. 멍청이 ..

중얼중얼 2024.08.27

어머니의 우주

어머니의 우주누워서 보는 천장은어머니의 모든 것.어머니의 우주.네모난 천장 위에 그림을 그리고성경책도 베껴 쓴다.눈도 흐릿하고 귀에 들리지 않아도머릿속에 있는 모든 것을 뿜어낸다.사람들과 만나서 헤어지고떠오르는 옛이야기 다 털어놓고희미한 기억은 묻기도 하고...텅 빈 공간에 허위허위 손을 내저으며98년 긴 시간의 이야기를 풀어낸다.삶을 버리듯모든 것을 다 벗어 던지고온몸을 흥건히 적시고천장을 쳐다보며긴 한숨으로 마무리한다.누워서 보는 천장은어머니의 모든 것어머니의 우주#어머니 #우주 #한숨 #시간과공간

미메시스 2024.08.26

친 구

공자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산 넘고 물 건너서 친구가 찾아옴은 참 반가운 일이다.오랜만에 옛날 친구들을 만났다.일산에 있는 둘과는 가끔 만났지만 물리적으로 먼 둘은 보기 쉽지 않았지…어차피 모두 함께 만나볼 때도 됐고 나의 현재 상황도 그렇고...위문공연 겸 생존확인 겸, 겸사겸사 집 근처에서 모였다.옛날엔 모임을 하면서 자주 봤는데 코로나가 휩쓸고, 한 칭구가 먼저 하늘나라로 가고 하다보니 많이 뜸했지...순창에서 송도에서...다들 나이를 먹다보니 쉽지 않은 걸음을 했네.제천에 있는 칭구 하나만 빠졌는데...제천 아낙네들과 노느라 못왔나?ㅋㅋㅋ좌우지간 재밌게 살아온 옛날 우리들 이야기, 더운 날씨에 열받으며 살아내야만 하는 지금 이야기하며 기분좋게 즐겁게 시간을 나눴다.결국 살아갈 미래이야기의 마무리는..

중얼중얼 2024.08.25

샌달

오래 전부터 뽕뽕 구멍을 뚫은 신발이 유행을 했다.앞부분이 펑퍼짐 넓어 모양도 별로고 주로 애들이 신는 것 같아 마음이 닿지 않았는데…주변에서 신고 다니는 5, 60대들이 편하다고 해서 함 신어볼까? 주저주저…(결정 장애)아무 생각없이 매장을 지나치다 잔 구멍이 촘촘한 새로운 모델이 있어서…스을쩍 가격을 보니 꽤 비싸네…무려 8만 9천. 마넌 할인 7만 9천. ㅠㅠ캬~~~질질 끄을고 다니는 슬리퍼 하나가 뭐 이리 비싸나…안 신으면 그만이지…그러다 새로운 모델에 미련이 남았는지? 장난삼아 마누라님을 꼬드겼다.우리 같이 함 신어볼까? 하니 아이고 나는 싫네 칠색팔색 손을 휘젓는다.가격까지 말했다간 날벼락을 맞을 뻔...ㅎㅎㅎ역시 정상적인? 노인네?들은 관심이 없구나...다시 잔머리를 굴려서 딸님 찬스.말첫머..

중얼중얼 2024.08.23

머리 밴드

오래 전부터 집안에머리 밴드가 돌아다녀서당연히 내 건 아니고누구 건가 무척 궁금했는데…딸님한테 물어보니내 것이라고 샀다네…왜?테니스 칠 때 대머리 할배가 머리띠하면 멋있을 거같다나…이거 참 기분 묘하네…내가 뭘 잘못한 게 있나?은근히 나를 디스하는 느낌?좌우지간 이거 머리에 두르고 코트에 나가볼까?ㅋㅋㅋ#헤드밴드 #아빠디스  모든 공감:27김홍식, 김종연 및 외 25명

중얼중얼 2024.08.22

情治

政治는 情治다.가슴으로, 마음으로 다스려야 한다.아픈 이들을 어루만져 주고 약한 이들을 안아줘야 한다.무시당하고 고통받고 억압받는 이들의 마음을 풀어줘야 한다.잘 나고 잘 먹고 잘 사는 이들보다는 좀 못났지만 어렵게 사는 이들의 손을 잡아줘야 한다.그러기 위해선 많이 들어야 한다. 듣기 좋은 소리만 듣지 말고 내 뜻과 다른 소리를 들어야 한다.약하게 울리는 소리, 신음하는 소수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귀를 열지 않은 일방적인 독주는 共倒同亡의 지름길이다.나는 절대선이니 찍소리도 하지 말고 무조건 따라오라고 하면 안된다.소통해야 한다.권력에 취해, 자신감에 취해 귀를 닫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정치는 마음이다.마음을 담지 않은 정치는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 뿐이다.#마음 #情治 #소통 모든 공감:1김광수

중얼중얼 2024.08.22

어린 밤송이

숲길에 떨어져 있는 작은 밤송이.여물지 못하고 일찍 떨어진 허망함, 아픔. 세월호를 타고 가다 들뜬 마음과 함께 가라앉은 아이들.숨도 못 쉬고 사라진 이태원의 젊은이들.지하철에서, 공장에서, 택배사에서열정으로 일하다 끔찍한 일을 당한청년노동자들.국방의 의무를 다하다가 순직한자랑스런 아들 딸들. 더 좋은 미래를 꿈꾸었을 뿐인데할 일을 한 것뿐인데열심히 온몸을 바쳐 일한 것뿐인데...꽃을 피우지도 못하고열매를 맺지도 못하고작별 인사도 못하고 하늘로 솟아 별이 되었네.환한 대낮엔 숨는 별들의 마음을 이제사 알겠네.밤마다 별들이 총총히 빛나는 뜻을 이제사 알겠네. #마래 #꿈 #별 #여물지못한삶 #백석근린공원 모든 공감:1김광수

중얼중얼 2024.08.20

맨발 걷기

둘레길 곳곳에 가지런히 벗어 놓은 신발.요즘 한창 유행인 맨발걷기를 위한 준비.맨발...보지 않아도 참 이쁜 발임을 느낀다.티 하나 없는 순수 자체를 뜻하는‘맨’이란 낱말 참 좋다.맨손, 맨발, 맨얼굴, 맨몸, 맨살...개울에서 웃고 떠들며 멱감던 깨복쟁이 동무들처럼맨몸으로 맨살을 맞대고 싶다.꾸밈없는 맨얼굴을 서로 부비고 싶다.#맨몸 #맨발걷기 #맨 #백석근린공원 모든 공감:4Kim Se-jong, 송모세 및 외 2명

중얼중얼 2024.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