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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침대

작은 침대. 어머니 옆에 가만히 누워 본다.뱃속에서처럼 잔뜩 웅크린다.좁지만 편안하다.살며시 뼈만 남아 깡마른 손을 잡는다.‘왔나’ 살짝 스쳐가는 힘으로 내 손을 잡으신다.이내 눈을 감고 혼잣말로 중얼거림‘아이고…내가 와 이라노…느그들 애만 멕이고…내 평생 요레 누버 살지 안았는데…아이고 미안타…고생한다’‘개안아요, 개안아 나이를 먹으면 누구나 다 그래...엄마 나이가 몇인데...아흔하고도 여덟이다. 백살까지 살아야지...’되지도 않는 말을 위로랍시고 내뱉는다.더운 여름인데 춥다고 이불을 끄잡아 덮으신다.어릴 적 어린애로 돌아간다.이불을 살짝 젖히고 말라붙은 가슴에 손을 얹어본다.아들이라도 남새스러운지 이불을 당겨 덮는다.‘야가 와 이라노…’‘애비 어릴 때 젖 뗀다고 아까징끼도 발랐다. 하~~~’‘아~~..

중얼중얼 2024.07.30

여행 취소 (20240618)

어제 어머님이 화장실에서 나오시다가 넘어지셨다.마침 내가 거실에 있어서 바로 일으켜서 안고 방으로 모셨다.‘아야 아야’만 연발하시고 움직이질 못하시네.가슴과 오른쪽 팔 부위는 약간만 건드려도 아프다 하시며 운신을 못하시니...병원에 모시고 갈 수도 없는 상황...속수무책. 정신무인지경이다.2,3년 전만 해도 마음껏 다니셨고 작년 겨울 이후 바깥 외출은 못하셨지만 집안에서 혼자 생활하기에는 무리가 없었는데...하긴 연세가 아흔여덟이니 기력이 옛날 같진 않지만 갑작스런 사고?라 당황스럽다.아침에 광주 목사님께 전화를 드렸다.잔뜩 기대를 하고 계실 터인데...죄송하고 또 죄송하다.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지...찬찬히 말씀 드리고 이해를 구했다.실망하시는 표정이 눈에 선하다.ㅜㅜ오랜만에 광주에 가려던 계획은 사라..

중얼중얼 2024.07.30

졸지 여행 (20240616)

은퇴해서 광주에 내려가 사시는 목사님이 전화를 하셨다.가끔 전화를 하셔서는 한참 말씀을 하신다. 나는 맞장구 치면서 들어주면 된다.한 이삼십 분 가겠구나 했는데 이번엔 다짜고짜 광주에 다녀가라신다.당신이 올라오기엔 낯설기도 하고 체력도 달려서 망설여지신단다.아예 날짜까지 못박아 기차표까지 끊어 보내시고는 내려오라신다.ㅎㅎㅎ2박 3일을 고집하시는데 내 일정이 안돼서 사정사정해서 1박 2일로.70년대 중반...고등부 교육전도사가 새로 오셨다. 나는 그때 고등부 교사 총무.일반적으로 교육전도사는 장신대 학부나 신대원 학생으로 젊은 친구들이 대부분인데...이분은 30대 중반을 훨씬 넘긴 노총각. 의례적이지 않아 잠깐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일반적인 교육전도사와는 사뭇 다른 좀 특이한 느낌이었다.야간 고등학교에서 ..

중얼중얼 2024.07.30

양동마을

98세 오마니를 모셔야 해서 우리 부부가 함께 집을 비우기는 어렵다.주중에 마누라님의 허락을 받고 미안하지만 2박 3일 여행을 혼자 다녀왔다.경주 양동마을. 오랜만에 갔다.조용하고 아늑한 마을.지금은 거의 돌아가셨지만 우리 윗대 어른들의 자존심을 넘어선 자만심이 가득찬 마을.아직도 박정희를 나랏님으로 생각하고 벗어나지 못하는 마을ㅜㅜ.UNESCO 세계문화유산이 되면서 관광객들이 많이 드나드는 마을.그래도 하회마을보다는 상업성이 스며들지 않아 좋다.서울에서부터 함께 한 칭구와 영천에서 온 한 칭구, 대구에서 온 두 친구...또 현지에 있는 종제와 일가 동생....모두들 오랜만에 만나 반갑고 즐거웠네...불교문화재의 보고라는 금오산도 올라보고...전통적이고 기품있는 선비의 마을에서오랜 냄새가 나는 대청마루에..

중얼중얼 2024.06.10

우중 감성 (20240608)

비님이 주룩주룩 오시니 느릿느릿 우중 운전이나 해볼까 했는데...아뿔싸...마누라님이 차를 가지고 친구들 모임 가셨네...ㅜㅜ오마니 점심 차려 드리고 혼자 우두커니...마구마구 올라오는 이 우중감성을 우찌하나 하던 차에,아...50대 중반 소녀가 가져온 순천 흑마늘 막걸리 하나가 생각난다.참 머리 좋은 나.ㅋㅋㅋ바로 이거다...잔소리할 마누라도 없고...때는 요때다...빈대떡은 없지만 이것저것 다 끄집어 내서 한 상 그득히 차린다.온갖 식물 반찬에 오징어젓을 상추에 올려 먹으니 여그가 바로 천국일세ㅎㅎㅎ우와~~~맛나네...요거 한두어 잔 하믄 졸릴 것이 분명한데...아무렴 어떠냐...빗소리 들으며 낮잠이나 즐겨보지 뭐ㅎㅎㅎ이거이 행복이 아니믄 뭐가 행복일껴ㅎㅎㅎ#우중감성 #막걸리 #낮잠

중얼중얼 2024.06.10

찬양 준비 (20240606)

옛날.담임목사님은 설교 제목과 성경본문, 예배 찬송가 일 년 치 혹은 분기별로 지휘자인 나에게 보낸다.나는 성경을 찾아보고 묵상하며 제목과 관련이 있는 곡들을 심사숙고해서 선정한다.회중 찬송가에 대해서는 대부분 따르지만 때로 이견을 제시하기도 하고...예배의 모든 의식과 순서는 하나로 통일되어야 한다.특히 설교와 찬양이 함께 같은 주제 하나의 방향으로 진행될 때 예배의 효과는 극대화된다.단순한 의례 절차가 아니라 공감과 감동이 깃든 예배 그리고 찬양...그때가 그립다. ㅎㅎㅎ#성가대찬양 #찬양준비

중얼중얼 2024.06.10

성가대 찬양 (20240602)

2016년 어린이 주일에 성가대가 코주부 안경쓰고 빨간 나비넥타이 매고 재롱잔치 하는 것을 보고...찬양대는 구별되는 자리이다. 구약시대부터 레위지파 중에서 선별하여 찬양하게 했다.찬양대원은 예배위원으로서 설교자, 기도자와 같이 가운을 입고 일반 성도와는 구별되는 자리에 앉는다. 엄숙과 경건이 따라야 한다.한 목소리로 하나님 앞에 드리는 찬양은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영적으로 음악적으로 완벽해야 한다. 완벽이란 단어의 의미가 너무 강하다면 완벽에 가깝게 열과 성을 다하여 노력하라는 뜻이다.대중가수도 자기 노래를 위하여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피눈물 나게 연습 한 후 완벽한 소리와 표정과 몸짓으로 무대에서 공연한다.찬양은 대중가수의 노래보다 더 진실해야 하고, 피와 땀이 녹아나야 하며, 은혜와 감동이 있어..

중얼중얼 2024.06.10

뜬 구름 (20240531)

뭐처럼 보이나요? 뭐가 떠오르나요?달리는 말? 백곰 두 마리?조금 전엔 더 뚜렷한 형상이었는데 순식간에 바뀌네.허망한 것.구름을 좇는 놈들이 많다.인간들이 항상 머릿속에 품고 있고, 이루려 하는 욕망과 부귀영화.탐내고 가지려는 권력과 명예.이 모두가 다 헛된 것이 아닌가.마치 바람이 부는 대로 모습을 바꾸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는 구름처럼...정신차려라 아가들아...니덜이 바라는 건 다 뜬구름이란다. ㅉㅉㅉ#뜬구름 #명예 #권력 #부귀영화

중얼중얼 2024.06.10

결혼기념일

교회에서 점심 배 부르게 먹고 왔는데… 자꾸 밖에 나가서 저녁을 하잔다. 비는 사알살 오는디…왜 나가? 집에서 그냥 아무거나 묵자구… 바가지가 내 머리에 씌워질지 모르니 조심조심… 지는 척하고 따라 나섰다… 그려…하긴 내 살보단 넘으 살이 더 맛있지라…ㅎㅎㅎ 뭐 먹을까? 워디 갈까? 워디? 하다가 집 가까운 데 가성비 좋은 곳으로… 사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나도 알고 있지만 짐짓 모른 척… 근데 상황을 보니 다 알믄서 서로 말도 안하고…눈치게임하는 느낌이 확 드네…내가 눈치 백단아니여~~~ㅎㅎㅎ 526 결혼기념일엔 항상 남의 편인 내가 밥도 사고 선물도 주곤 했는데… 매년 그게 불만이었다. 결혼을 혼자 하남? 왜? 나만? 매년?불평등 불공정이다. 당연하지 않나? 몇 번 대들고? 항의를 해봤지만 워낙 강한..

중얼중얼 2024.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