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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경험

나른한 주일 오후…맨날 하는 일 없는 백수가 뭔 일을 했나?그저 교회만 갔다 왔을 뿐인데…이상하게 피곤함이 몰려 온다.소파에 기대 잠인지 아닌지 멍하니 눈감고 있는데…띵똥…누가 왔나? 배달음식이다.잘못 온 거 아냐? 거듭확인하니 우리집 맞네…배달의 민족 어쩌구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그저 해본 건 운동하다 코트에서 짜장면 시켜 먹은 게 전부…그것도 음식점에 전화해서 한 건데…하물며 집에 시켜 먹다니…우째 일훤 일이…이거 참 여태껏 없던 일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인데…바로 전화가 오네…이야길 들어 보니 딸님이 시킨 것이라고…아니 지는 멀리 나가 있는데 이게 먼 일이여 도대체…구구절절 각설하고…동네 근처 음식점만 머리에 떠오르는 나는…언제 어디에서나 어느 때 어느 곳이든지 무엇이라도 배달을 해줄 수 있다는 것이 ..

중얼중얼 2024.08.19

염치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덕목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나는 꼭 빼놓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가 ‘廉恥’라고 생각한다.말 그대로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그런데 요즘 세태를 보면 부끄러워할 줄도 모르고 아예 부끄러움 자체가 사라진 것 같다.특히 사회적, 정치적으로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놈들을 보면 하나같이 정말 염치가 없는 놈들이 많다. 어떻게 그런 놈들만 모아놓았을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 않을 수 없다.가장 윗대가리에 앉은 놈부터 식언은 다반사고 실수나 잘못함에 대해서 제대로 된 사과나 반성을 하지 않는다.철저한 주구인 밑엣 놈들은 나쁜 것만 배워서 얼씨구 절씨구 따라 하기만 하니 나라꼴이 엉망이다. 참 가관이다.맹자도 ‘羞惡之心’을 말했고 주자도 부끄러움을 모르면 짐승이라고 했다.부끄러움을..

중얼중얼 2024.08.17

복달임

예년같으면 초복 중복 말복에다니복, 내복, 복이란 복은 다 더해서여기저기 싸돌아댕기며 이놈 저놈 만나서 복달임을 혔을 터...올해 말복은 형편이 무인지경인지라집에서 조용하게 영계 한 마리 잡고...요즘 절친 냉방기 옆에서 씨이원하게 얼음커피꺼정 한 잔 허니...여기가 바로 천국이로구나...아~~~행복한 나날이여~~~ㅎㅎㅎ#복달임 #얼음커피 #천국 #행복 모든 공감:24회원님, 김홍식, 김현주 및 외 21명

중얼중얼 2024.08.17

까만 옥수수

까만 옥수수를 삶으니 그 물도 포도즙이나 오디즙처럼 아주 짙다.대궁이 또한 새까맣다.마치 뼈도 새까만 오골계처럼…밥에 넣으려 하나하나 까는데 손도 자줏빛으로 물든다.아…이래서 近墨者黑, 近朱者赤이라 하는구나…밥에 넣으면 온통 까만 밥이 될까 해서 밥에 넣는 걸 주저한다.뼛속까지 새까만 것을분칠하고 포장한다고 해서 근본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화법을 가르치고 태도를 바꾸는 교육이 하루 아침에 만족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ㅋㅋ설령 순식간에 놀라운 결과를 나타낸다 해도 그건 겉모양일 뿐이다.속을 잘라 보고 쪄보면 역시 시커먼 물만 가득 차있을 것이 분명하다…  모든 공감:22회원님, 김홍식, 송원재 및 외 19명

중얼중얼 2024.08.17

위문 공연

오래전 어느 선배가 자기집 근처에서만 떠돌며‘나를 五里 선생으로 불러주게나’해서 마구마구 좀 돌아다니시라구 강하게 핀잔?을 준 적이 있는데...나이가 좀 되니? 여행가는 것 빼고는 멀리 나가기 싫은 게 사실이다.각설하고...요즘...여행은커녕 집밖 외출도 마음대로 못하는 것이 내가 처한 상황이다.이런 내 형편을 어찌 알았는지 위문공연이랍시고 이 더운 날에 멀리서 가까이서 찾아오는 칭구들이 있네.기껏해야 한두 시간 잠깐 얼굴 맞대는 것이지만오랜만에 만나니 반갑고 내 처지를 생각해줘서 더욱 고맙다.덕분에 집앞 동네에서 맛있는 것도 많이 먹어 너무 좋다.행복한 나날이구먼...ㅎㅎㅎ#먹거리천국 #칭구  모든 공감:22회원님, 김홍식, 남자서중현 및 외 19명

중얼중얼 2024.08.17

책 버리기

책을 버리면서 보니80년대부터 근무하던 학교 도서관에서 가져온 책이 꽤 있다는 거…요즘 도서관에서도 5년 넘은 책들은 기증도 안 받는다는데꽤 오래 묵은 책들…내 것이 아니니 쥔에게 돌아가는 게 당연하고…내맘대로 쓴다거나 버릴 순 없지. 암 그렇구 말구~~~직접 가서 전하면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개질까봐 짧은 메모 덧붙여 택배로 포장해서 여러 학교 도서관으로 돌려 보낸다.마음이 편안하다.잠시 갖고 있다가 쥔에게 돌려줄 수 있음도 참 고마운 일이다.갑자기…나자신도 내것일까? 하는 생각이 드네…나에 딸린 다른 모든 것은?덥다…요즘 절친인 내돈내산 냉방기도 내것이 아닐까?ㅎㅎㅎ#책버리기 #도서관에서빌린책 #내것 모든 공감:21회원님, 남자서중현, 김종연 및 외 18명

중얼중얼 2024.08.17

매 미

7년이라는 긴 시간을 묵묵히 기다려羽化登仙해서 기껏 일주일...한평생 울기만 하다가 이제 떠날 때가 되었네.곳곳에 떨어진 신선의 주검.가야할 때를 알고 받아들이는 아름다운 뒷모습.매미를 칭찬하고 싶다.이미 중국 진나라 육운은 한선부(寒蟬賦)에서매미의 오덕(五德)인 문(文)ㆍ청(凊)ㆍ염(廉)ㆍ검(檢)ㆍ신(信)을 설파했다.頭上有緌則是文也 머리에 갓끈 무늬가 있으니 문인의 기상이 있다.含氣飮露則其淸也 천지의 기운을 품고 이슬을 마시니 청정함이 있다.黍稷不食則其廉也 곡식을 먹지 않으니 청렴함을 갖추고 있다.處不巢居則其儉也 거처로 둥지를 만들지 아니하니 검소함이 있다.應候守節則其信也 철에 맞추어 나타나고 사라지니 신의가 있다.다시 풀어 보면...1. 매미의 머리가 관의 끈이 늘어진 모습과 흡사해 ‘문인의 기품’이..

중얼중얼 2024.08.12

더 위

더 위어머니의 큰 소리‘하이고 덥다. 답답다.’침대 옆에 앉는다.‘날씨가 디게 더운가베...’부채질을 한다.찬 공기를 만드는 냉방기는 말도 안 되고,선풍기 바람은 세서 싫다 하시니...부채를 살살 흔든다.금세 편안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주무신다.어머니도 내가 어릴 적이렇게 부채질을 해주며여름을 나셨겠지.부채바람은 항상 나에게 향하고...냉방기도 없고 자동차도 흔치 않은그 시절로 돌아가우물물에 등목하고 미숫가루 들이마시고 싶다.살랑살랑 흐르는 부채 바람을 다시 맞고 싶다.#부채 #더위 모든 공감:40회원님, Sang-il Oh, 김홍식 및 외 37명

미메시스 2024.08.12

노자가 제시한 버려야 할 4가지

작년에 올린 글인데 페부기가 알려주네.여전히 변함없는 우리 현실.날씨도 작년 오늘 더웠던 모양인데오늘이 훨씬 더 더울껄껄껄~~~  노자가 제시한 버려야 할 네 가지驕氣, 多慾, 態色, 淫志.어떤 이가 출전이 도덕경이라고 해서 81구절을 다 찾아봤지만 도덕경에는 이런 단어들이 없다.각설하고...驕氣는 말 그대로 교만한 기색이다.자기가 제일이라는 생각이 그대로 나타난다.겸손함이 없고 완장을 찬 오만함만 보인다면 스스로가 유치하고 졸렬한 인간?이라는 것을 드러낼 뿐이다.나만이 옳다는 생각은 누구든지 가지면 안 된다. 특히 지도자 자리에 있는 者라면...나만 옳으니 무조건 직진하면서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감히 칼자루를 쥔 나에게 대드는 것이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때려 잡는다.多慾. 원래 인간의 욕심..

중얼중얼 2024.08.12

반가움

그동안 뜸했던 오전 걷기를 다시 하기로 맘을 먹고 뒷동산에 올랐다.한달여 동안 쉬었더니 배도 나오고 살이 찌는 느낌? 뱃살 줄여야지ㅎㅎㅎ...서너 바퀴 돌면 한 시간 남짓이니 멀리 갈 상황이 안되는 요즘 나에겐 안성 놋그릇.집과 가까우니 언제든 바로 들어올 수 있고 약하지만 오르내림도 있어 등산?하는 느낌도 나고...게다가 해가 뜨거운 요즘엔 제법 숲이 우거진 그늘이라 걷기에 좋다.날이 더우니 조금만 걸어도 땀이 비오듯 흐른다.게으름 피우지 말고 매일 올라와야지 다짐한다.옛날에 가끔 봤던 노란 치마 아가씨도 만났다.예전에 있던 곳을 눈여겨 보았지만 보이지 않아 약간 섭섭했는데바로 반대편 아래에 약간의 거리를 두고 둘이 앉아있네. 반갑다.ㅎㅎㅎ반가움.반가움은 낯익음에서 온다.낯익은 소리, 낯익은 모습.어머..

미메시스 2024.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