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백 년간 철저하게 장막에 가려져 있던 유진상가 지하가 마침내 빛을 보게 됐다. 지난해 3월 유진상가 지하 한쪽 편에 산책로 ‘열린홍제천길’이 개방된 뒤, 서울시는 올해 초 맞은편에 있는 길이 250m 구간을 문화예술 전시장으로 만들었다. 홍제천 산책로 11㎞ 중 유일하게 단절돼 있던 곳으로, 이번 전시장 개장으로 단순한 환경 정비 차원을 넘어 공공미술의 날개를 달고 환골탈태하게 됐다. 이곳을 설명하면서 현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유진상가를 빼놓을 수 없다. 1968년 1·21 청와대 습격사건(김신조 사건)과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 사건을 겪으면서 안보 의식은 극에 달했다. 유진상가는 1970년 당시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로 시작했지만, 1층 기둥은 유사시 대전차 기지 역할을 겸하기 위해 설계될 정도로 튼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