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주변 탐색 2

moonbeam 2014. 3. 11. 12:50
나는 한 마리 어리벙벙한 짐승..

 

오늘도 어김없이 영역표시를 하려고 창릉천으로 나간다.

북한산 쪽으로 길을 잡고 개울을 따라 가니 개울가 길은 그만 끝나고 만다.

찻길로 내려가 인도로 잠깐 걸으니 천변길은 아예 없어지고

씽씽 달리는 차옆으로 난 인도 밖에 없다. 

 

낯설지만 조금은 기억이 나는 삼거리...

아...옛날에 헌병 검문하는 초소가 있던 곳...삼천리골 들어가는 길목... 

길을 건너 군부대 쪽으로 방햐을 튼다.

햇살은 따스하고 차도 많이 다니지 않아 걷기에 불편하지 않다.

바로 부대 정문 앞...아하 이런...

부대쪽 인도는 끊어지고 차도만 있네...

횡단보도를 건너 앞으로 계속 전진하다 왼쪽으로 난 다리를 건넌다.

바로 북한산 둘레길이네~~~계속 가면 불광동까지 가는데 돌아올 시간이 안될 것 같고...

다시 찻길로 나가 길을 건넌다.

바로 앞이 하나고등학교...하나고등학교 가기 바로 전에 산길이 보인다...

바로 올라 탄다..처음이지만 길을 이어지기 마련.

방향을 잡고 앞으로만 나아간다.

곳곳에 운동기구, 의자, 방향을 알려 주는 표지판이 있고

산길은 사람들이 많이 지나간 흔적이 보인다...

이말산이 있어 행복한 이 동네 사람들...

 털북숭이 모습을 한 부러진 나무도 만나고

 구파발역까지 갔다가 평지로 오기 싫어서 다시 산을 오른다...

약수사로 내려 오다가

아...오늘의 백미....정말 예쁜 친구를 만났다.

경사가 제법 심한 계단길을 내려오는데 어디선가 또또또똑 하는 소리가 들려 올려다 보니...
크지도 않은 자그마한 놈이 나무를 쪼아대고 있다.
급한 김에 휴대폰을 꺼내 동영상으로 찍었는데...

 나 때문에 하던 일 멈추고 날아갈까봐 얼른 돌아서 도망치듯 달려 내려온다.
사춘기 때 이름도 모르는 소녀를 우연히 마주쳐 말도 걸지 못하고

얼굴만 붉히고 돌아서던 옛날이나 지금이나 나란 놈은...ㅉㅉㅉ

약수사 마당 건너 가지런히 놓인 신발들...

여기가 바로 불국토로구나!

불국토는 항상 어디에나 있는 것인데 사람들은 그것을 찾느라고 난리만 칠 뿐... 

 

정확한 이름은 모르지만 딱따구리를 보니

이말산이 비록 133m의 야트막한 산이지만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에는 그래도 북한산 줄기의 깊은 숲이었을 게다..

사람이 살 터를 만드느라고 길짐승, 날짐승들의 보금자리를 빼앗은 것이 아닌가..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 때문에 자연은 자꾸 허물어져만 간다...

물론 아파트가 들어찬 지금의 모습도 깔끔하고 예쁘지만

나무와 풀과 온갖 짐승들이 숨어 지내던 그 숲이 그립다..

정말 더 이상의 개발은 없어야 할텐데.....

2014.0310.

 

 

'우왕좌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변 탐색 4  (0) 2014.03.13
주변 탐색 3  (0) 2014.03.11
주변 탐색 1  (0) 2014.03.10
이말산 --- 동네 산에 신고하기  (0) 2014.03.06
무량사  (0) 2014.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