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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일

밭에 나오면 그저 편안하고, 약간 들뜨면서도 착 가라앉는 기분이 참 좋아. 며칠 비님이 계속 내려와 땅도 촉촉하고 요놈들도 얼굴을 몰라보게 엄청 솟구쳐 자랐네. 잎이 무성하게 다 자란 열무는 한 이랑 다 뽑고... 알타리는 아직 영글지 않았네. (솎을 때 더 과감하게 솎았어야..그래야 남은 놈들이 더 튼튼하게 자라는데...아까워 다 솎아내지 못한 어설픈 농부의 때늦은 반성.ㅜㅜ) 고추, 가지, 토마토 사이에 뿌린 아욱과 근대도 잘 자라 대충 솎아 내서 다듬고...국 끓여 먹어야지.ㅎㅎㅎ 오이 호박엔 웃거름 퇴비 듬뿍 얹고(크~~~냄새) 열무 뽑은 이랑엔 퇴비 뿌려 삽으로 힘차게 갈아 엎고... 고추 완두콩 줄 잡아 주고... 고추 가지 오이 호박 토마토 순 치고... 갈아 엎고 퇴비 얹은 놈들 물 쫙 뿌..

중얼중얼 2020.05.27

뻐꾸기

산길을 걷다가 들리는 뻐꾸기 소리 아까시 꽃 위로 뚜욱뚝 떨어지네 고개 들어 이리저리 휘둘러 보니 높은 가지 끝에 조그맣게 웅크린 모습. 행여 날아갈까 아주 작은 움직임으로 나무 밑 가까이 정물처럼 다가서고… 소리없는 응시. 한순간에 시간과 공간은 멈춰 서고 새도 없고 소리도 없고 세상도 사라지고… 그 자리에 두 팔 들고 선 채로 돌이 되었네. 한참을 기다려 다시 들리는 노랫소리. 그것도 잠깐. 이내 다시 침묵. 확 트여 있지만 닫혀진 공간. 노랫소리가 한 켜 한 켜 아주 조금씩 조금씩 내 속에 쌓여 가는 애달픈 기쁨. 그리고 찾아낸 당신의 마음 한 조각…

미메시스 2020.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