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 25

어머니

어머니평생 큰 병, 잔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셨다.하루도 누워 자리보전하지 않았으니 건강이 큰 자랑.어딜 가나 누구에게나 자랑하고 뭇사람들에게 찬사를 받았다.특별히 보살피고 각별하게 모시지도 않아 부끄럽지만당신은 혼자 뜻대로 즐겁고 건강하게 지내셨다.자식에겐 큰 복인데병원 한 번 모시고 가지 못해본 자식은그 복 한가운데 살면서 복인 줄도 몰랐다.편찮으신 어른 병구완 하느라 고생한다는 뭇사람들의 말도남의 일이니 귓등으로 듣고 흘렸다.당연히 여태 지내온 것처럼무심한 하나 아들에게 잔소리하시다가‘내 간다. 잘 있어라.’ 하시고 조용히 눈을 감으실 줄 알았다.평온하게 이어지는 삶이 어디 있겠냐마는뜻하지 않게 한 번 넘어져 누우심으로자랑과 복이 한순간에 사라졌다.갑자기 눈앞에 닥친 현실에 난감하다.정을 떼려..

미메시스 2024.08.12

섬 망

섬망밤중에 어머니 소리에 놀라 급히 건너간다.‘답답다...물 좀 주소’물을 빨대로 드리면 겨우 한 모금 하시고는‘하이고 시원타’ 하신다.물끄러미 나를 보시고는‘아침 자셨어요?’옆에 서있는 애들 엄마를 보고는‘어디서 왔어요? 멀리서 왔어요?’‘우리 메누리한테 밥 달라 캐요, 가가 참 이상타, 짭질맞아.’‘갈 때는 불 켜달라 캐요. 어두운데 조심해 가요’흐려진 눈에 잔뜩 힘을 줘 초점을 맞춘다.뼈만 남은 앙상한 손으로 가리키며떠오르는 얼굴 하나하나를 응시한다.백 년의 시간을 하나하나 되짚어 본다.당신만의 세계를 고집하며바깥은 인정하지도 보지도 않고그 안에서 또아리를 틀고 앉아만 있다.어두운 방안이 갑자기 환해지고백 년의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간다.*이상타 : 범상치 않다 *짭질맞다 : 짭잘하다의 방언#백년 #섬망

미메시스 2024.08.12

혼 돈

혼 돈모든 육체의 기능이 소멸해 가는 중하나 아들도 알아보지 못하시고밤인데 아침 인사를 한다. 아침 자셨어요?며느리를 보고는 아이고 어디서 오셨어요? 멀리서 왔어요?우리 며느리한테 밥 달라고 해요.가가 솜씨가 좋아요.갈 때는 조심해 가요. 어두우면 불 켜고...흐릿한 눈으로 먼뎃산을 보며여름 손님은 범보다 무섭다는데 하며없는 손님을 탓하고…손님이 오시면 대접을 단디해야 하는데 하며누군지도 모르면서 우리를 탓한다.이 세상엔 당신 혼자뿐이다.#혼돈 #며느리 #여름손님

미메시스 2024.08.12

섬망광풍

섬망 광풍소리를 지르신다.물 좀 주소급히 가서 채소쥬스를 드린다.빨대로 한모금 드시고는‘아...새콤하니 맛있네’초점 잃은 눈으로 물끄러미 보기만 하신다.잠깐 옆을 지키다가 돌아 나온다.5분도 안 되어서 다시 부르신다.머리를 흔들며‘하이고 답답다’ ’고 물 있어요?’한모금 드시곤 ‘아 시그럽다’잠깐 신경을 쓰지 않으면방수 매트를 다 던지고 기저귀 다 벗고흥건히 젖은 요 위에 누워 계신다.가쁜 숨에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르고‘물 물 물’ 손짓한다.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큰 소리로 부르고 뜻모를 단어만 반복하시고...아...꼬박 이틀 동안 숨가쁘게 되풀이한전쟁 아닌 전쟁.무엇을 보는지 같이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무엇을 듣는지 나도 들으면 좋으련만함께 공유하며 듣지도 보지도 못하니어차피삶이란혼자임을느낀다.#섬망..

미메시스 2024.08.12

걷기 운동

짬을 내서 이십여 일 만에 호수공원에 나갔다.매일 오전에 두시간 이상 걷는 일상인데 오랜만에 걸으니 한 시간 정도에서 힘듦을 느낀다.예전엔 1k를 10분이면 갔는데 이젠 11분이 넘고....힘듦과 느려진 속도가 체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한 달여 동안 거의 집안에서만 있어서 그렇다고 위안을 한다.집안에서라도 운동을 해야 하는데 워낙 게으른 천성에 의지박약이니ㅜㅜ마음도 편치 않으니 운동을 할 정신적인 여유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의지를 일깨우고 게으름에서 벗어나 많은 움직임을 가져야겠다.이렇게 생각은 하지만 과연 실천할까?ㅎㅎㅎ#운동 #체력

중얼중얼 2024.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