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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의 버려야 할 네 가지

노자가 제시한 버려야 할 네 가지 驕氣, 多慾, 態色, 淫志. 어떤 이가 출전이 도덕경이라고 해서 81구절을 다 찾아봤지만 도덕경에는 이런 단어들이 없다. 각설하고... 驕氣는 말 그대로 교만한 기색이다. 자기가 제일이라는 생각이 그대로 나타난다. 겸손함이 없고 완장을 찬 오만함만 보인다면 스스로가 유치하고 졸렬한 인간?이라는 것을 드러낼 뿐이다. 나만이 옳다는 생각은 누구든지 가지면 안 된다. 특히 지도자 자리에 있는 者라면... 나만 옳으니 무조건 직진하면서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감히 칼자루를 쥔 나에게 대드는 것이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때려 잡는다. 多慾. 원래 인간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 법. 욕심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마는 지나친 욕심, 자기만의 욕심에 집착하는 경우엔 자신은 물론 주..

중얼중얼 2023.08.28

더위

이젠 이별해야 한다. 헤어질 결심을 했다. 헤어져야만 한다. 이 여인을 떠나보내야만 한다. 그런데 열정에 불타는 이 뜨거운 여인은 도무지 갈 생각이 없다. 여인은 나를 무시한다. 철저하게 내 뜻을 무시하는 것은 여인의 천부적인 권리다. 여인은 뜨겁게 달궈진 몸으로 매일 밤낮으로 나를 괴롭힌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지 맘대로 핥고 격한 애무를 한다. 나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그대로 내버려둘 수밖에 없다. 길고 긴 나날 동안 끈질기게 내 주위를 맴돌고 있지만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어 매일 진땀만 흘리고 있다. 하늘에 기댈 수밖에 없는 내 운명. 매년 이때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와서 괴롭히지만 올해엔 유난히 긴 시간 동안 내 곁에 머물고 있다. 어제 칠석날 견우와 직녀가 운우지정을 나누고 난 후 상봉..

중얼중얼 2023.08.25

맨발걷기

아침에 빗줄기가 한바탕 지나가서 땅이 질지 않을까 살짝 걱정했다. 막상 걸어보니 오히려 찰싹찰싹 발에 닿는 촉감이 좋다. 비 때문에 잔 돌들이 튀어 나온 게 많아 약간 신경이 쓰이지만... 비 예보 때문인지 사람들이 적어 그 또한 좋다. 마주치는 맨발들, 하얗게 드러나는 발들이 오목조목하니 참 예뿌다. 감싸고 감췄던 발을 살며시 내놓고 걷는 걸음걸이 또한 아름답다. 微吟緩步랄까. 맨발로 걸으면 자연히 천천히 걷고 살피며 걷는다. 혼자 나직이 노래도 하고... 전에는 운동이랍시고, 땀을 빼야 된다고 마구마구 빠르게 걸으며 기쁨을 맛보았다. 그러나 이제는 느릿느릿 걸어도 지루하지 않고 더 큰 기쁨을 느낀다. 빠른 걸음으로 휙 지나침보다 느림 가운데에서 여유있는 맛을 찾는달까... 비가 온 후 적당히 젖은 흙..

중얼중얼 2023.08.25

본색

용궁이라는 곳에 있다 해서 진짜 용인 줄 알았다. 눈을 부릅뜨고 달려들어서 용맹스럽고 무서운 호랑이인 줄 알았다. 그런데... 하는 짓거리를 보니 이도저도 아닌 무뇌아가 분명하다. 花無十日紅이다. 잠깐은 멋지게 보이고 서슬이 시퍼렇겠지만 곧 사라지고 말 것이 분명하다. 해가 비치고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버섯이나 곰팡이균처럼... #용궁 #호랑이 #무뇌아 #화무십일홍 #버섯 #곰팡이균

중얼중얼 2023.08.21

누구든지 / 이원도 시낭송 감상

https://youtu.be/6ujwSpjJBQU 누구든지 / 이원도 파란 새싹에서 붉은 열매를 보고 수많은 스침 속에서 하나의 눈망울을 기억할 수 있다면 듣지 못하는 이에게 눈으로 말할 수 있다면 시인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떨어진 꽃잎에서 향기를 맡아낼 수 있고 흘리는 땀에서 사람의 냄새를 찾아낼 수 있다면 말 못하는 이의 가슴을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시를 못 써도 좋습니다. 숨어서 흘리는 눈물의 의미를 알고 힘든 하루를 씻어 내리는 탁배기 한잔과 어울릴 수 있다면 보지 못하는 이에게 노래를 불러 줄 수 있다면 정말 시인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남들과 똑같이 슬퍼하고 신음하고 웃고 화내며 떠들썩하게 때론 아주 조용하게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이면 더 좋겠습니다. 시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시 감상 2022.12.22

성탄제 / 김종길

https://youtu.be/5YUHJCluDzs 성탄제 /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엔 빠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것이라곤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

시 감상 2022.12.22

낙 엽 / 복효근

https://youtu.be/8uwObvqh03c 낙엽 / 복효근 떨어지는 순간은 길어야 십여 초 그 다음은 스스로의 일조차 아닌 것을 무엇이 두려워 매달린 채 밤낮 떨었을까 애착을 놓으면서부터 물드는 노을빛 아름다움 마침내 그 아름다움의 절정에서 죽음에 눈을 맞추는 저 찬란한 투 신. 낙엽의 시간이 왔습니다. 사실 낙엽은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지극히 당연한 섭리이자 몸부림이지요. 그러나 그 자체로 보면 떨어짐이요, 그 떨어짐은 곧 죽음입니다. 1연에서 ‘밤낮 떨었을까’라는 표현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 삶에 대한 애착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삶에 대한 애착이 없는 사람은 없겠죠. ‘떨어지는 순간은/ 길어야 십여 초’라고 했지만 사실 ‘십여 초’도 긴 시간이지요. 그 십여 초 동안 얼마나 많은 영상들이 ..

시 감상 2022.11.07

원시 (遠視)/ 오세영

https://youtu.be/y2Nifymc7WU 원시 (遠視)/ 오세영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무지개나 별이나 벼랑에 피는 꽃이나 멀리 있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하지 마라. 내 나이의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일 뿐이다. 네가 보낸 마지막 편지를 읽기 위해선 이제 돋보기가 필요한 나이, 늙는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보낸다는 것이다. 머얼리서 바라다볼 줄을 안다는 것이다. 시인으로 학자로 교육자로 살아온 오세영 선생은 시에서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네요. 많이 알려진 ‘그릇’이란 시에서 차갑고 이성적인 면 그리고 날카로움을 보여줬는데 이 원시(遠視)에서는 그 느낌이 전혀 다릅니다. 날카로움은 접고 편안한 느낌? 아..

시 감상 2022.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