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3052

파김치(2020.12.05)

뭘 하는지는 몰라도 바쁘기만 하다.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말이 꽤 그럴듯하게 마음에 와닿는다. 일단 일주일에 이틀은 잘은 못치지만 운동하는 기분으로 테니스장에 묶어 둔다. 여행도 그날은 피하고 다른 일도 잡지 않는다. 지금은 끝났지만 밭일도 틈틈이 해야 하고... 오마니 편안하게 돌봐야 하고, 마누라님 심기 건드리지 않고 기분 좋게 하루 정도는 같이 놀아야 하고... 사실 늘 반복하는 이런 일들로도 한 주간이 훌쩍 간다. 자기 전이나 아침에 일어나서 뭘 해야지 하고 생각하지만 곧 넉넉한? 마음으로 쉽게 잊거나 선천적 게으름을 피우다가 그냥 지나가기도 하는데... 돌발 상황이 생겨 그 일에 얽매이다 보면 하루 이틀이 후딱 지나간다. 돌발 상황이란 것은 대부분 사람과의 만남이다. 원래 무감각한 내가 먼저 연..

중얼중얼 2024.02.05

무료 생수

두어 달 전 처음 봤을 떄는 좋기는 좋았는데 과연 얼마나 갈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런데 우려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 짧은 생각, 괜한 기우였나? 오히려 더 발전한 상황이 나를 놀라게 한다. 돌을 모아 쌓고 파인 곳엔 모래를 덮어 주변 정리도 깔끔하게 해놓았다. 약간 뒤에 또 다른 것이 있어 가까이 가서 보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ㅎㅎㅎ ‘발 딱는 물!’ 요즘 맨발 걷기를 많이 하니까 발을 씻을 물과 의자도 준비. 가만 생각해보니 매일 물을 가져다 놓는 것도 경제적이나 물리적이나 여러모로 쉽지 않을 텐데... 화수분인가? 참 궁금하다. 도대체 누가? 써놓은 글씨체를 보면 나이가 지긋한 분인데... 대상을 정하지 않고 불특정 대중에게 아무도 모르게 도움의 손길을 뻗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그런..

중얼중얼 2024.02.05

마무리

심심하고 시원한 배춧국?은 우리집 김장이 끝남을 알리는 신호다. 우러난 맛국물에 스윽슥 썰어 넣은 돼지 괴기, 심심하지만 약간 매콤한 것이 정말 맛의 최상이다. 약간 절인 배추와 싱싱한 굴이 더해지니 금상첨화.ㅎㅎㅎ 마무리의 중요성을 강조함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항상‘어리버리 어영부영 우왕좌왕’하는 나는 마무리를 제대로 못한다. 그런 나를 합리화하기 위해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한다고 떠들면서 발뺌을 하곤 한다. 내가 생각해도 쫌 비겁하다.ㅎㅎㅎ 집김장...순전한 내 힘만은 아니지만 어쨌든 마무리를 했다. 마무리하는 맛. 참 기분 좋다.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은 지극히 짧을 수도 있지만 그 기억은 언제든 되살아나서 희미한 미소를 띠게 만든다. 반드시 마무리해야만 할 게 있는데... 오늘도 멍청히 머릿속에서만..

중얼중얼 2023.11.28

김장

하루 고생으로 한해를 준비하는 김장. 요즘은 그래도 매우 편해졌다. 그러나 편해진 세월만큼 몸은 낡았으니 더 힘들게 느껴진다. 하는 중간중간마다 아이고 아이고 곡소리가 절로 나오고 내년부턴 한꺼번에 하지 말고 조금씩 몇 포기씩 하든지 아니면 사다 먹든지 설왕설래하다가 ‘해놓으면 자기가 제일 많이 잘 먹으면서 뭘 그래, 깊은 맛 나는 김치찌개는 어떻게 하고...’하는 말에 깨갱 입 다물고... 속으로는 그거 다 방법이 있을 터인데 하지만 입 밖으론 꺼내지도 못하고... 옛날엔 처가에 가서 김장을 했다. 장인어른이 딸들과 아들을 준다는 뚜렷한 목적으로 힘들게 키운 배추를 소화해내야만 한다는 의무감도 작용했지만 딸들이 모여 수다를 떨며 시끌벅적하게 하루 이틀을 지내는 것도 큰 재미였다. 하루 전에 가서 밭에서..

중얼중얼 2023.11.27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시월 마지막 날.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퇴직교사들이 강화에서 김화읍 사무소까지 철책선따라 걷는 중 거의 마무리 단계에 철원 국경선 평화학교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한 꼭지를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고 노래를 불렀다. 반주는 기타리스트 박종호 동무. 평화통일은 점점 멀어져 가나? 많은 이들이 그리 생각하고 정권유지 차원에서 분열과 대립을 조장하는 느낌도 든다. 그러나 우리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평화통일을 이루리라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평화통일 #철책선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소리샘 2023.11.02

임진강

시월 마지막 날.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퇴직교사들이 강화에서 김화읍 사무소까지 철책선따라 걷는 중 거의 마무리 단계에 철원 국경선 평화학교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한 꼭지를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고 노래를 불렀다. 반주는 기타리스트 박종호 동무. 평화통일은 점점 멀어져 가나? 많은 이들이 그리 생각하고 정권유지 차원에서 분열과 대립을 조장하는 느낌도 든다. 그러나 우리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평화통일을 이루리라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평화통일 #철책선 #임진강

소리샘 2023.11.02

어슬렁 어슬렁

‘철책선을 평화 통일의 둘레길로’를 기치로 내건 퇴직교사 걷기단. 21년에 고성에서 철원, 22년에 철원에서 강화. 올해는 거꾸로 강화에서 철원. 작년에는 참여를 했는데 올해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불참. 시월의 마지막날 철원 국경선 평화학교에서 작은 음악회를 하는데 한 꼭지를 맡아달라는 청이 있어서 철원 가는 길. 약속한 시간이 많이 남아서 가는 길 중간에 있는 폭포 둘러 보기. 재인폭포, 비둘기낭, 삼부연... 목적지는 정해져 있지만 가는 과정에 여기저기를 삐뚤빼둘 둘러보는 것도 재미있다. 혼자 내맘대로 어슬렁거는 재미. 정말 가을이다. 삶도 마찬가지. 삶의 맨끝이 죽음이라면 무조건 직진만 하지 말고(너무 빨리 가니까ㅎㅎㅎ) 우왕좌왕하며 이리저리 돌아가는 것도 참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다... 어? 그러고..

우왕좌왕 2023.11.02

십자가

70년대 교회 부흥의 물결이 한창 몰아칠 때에 우리 친구들 몇몇은 걱정했고 두려웠다. 성장위주의 교회들...더 큰 건물, 더 강한 말씀, 더 많은 성도들...더 더 더... 전부 한 줄로 늘어서서 앞으로 앞으로를 외치며 앞으로 앞으로만 달렸다... 폭주 기관차처럼 달리다가는 큰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예수는 사라지고, 성경도 사라지고 오직 공허한 천국의 환상만 키워가는 교회들... 다시 new protestant, new ecumenical 운동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생각했지만 확산시켜 실천하지는 못했다. 큰 물결에 거스를 힘도 없었다. 잘못했다. 지금에서야 어쩔 수 없었다고 위안을 하지만 잘못한 건 사실이다. 코로나 이후...2023년 현실은? 교회 수는 늘어나는데 교인 수는 줄어 들고... 일반 ..

중얼중얼 2023.10.16

십 원짜리 동전

어머님이 경로당에 다녀오시면서 동전을 한 주머니 가져오셨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같이 화투를 치시던 분들 중 한 분은 지방으로 내려가시고 또 한 분은 돌아가시고...또...뭐~~~ 이제는 같이 화투를 치실 분이 없으시단다. 함께 지내다가 어떤 이유로든 함께 하지 못한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더구나 나이 드신 분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더 슬프게 다가온다. #십원짜리동전 #화투 #슬픔

중얼중얼 2023.10.16

수도쿠

15,6년 전인가... 수업 중이었나 아닌가. 오래 전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좌우지간,,,우리반 녀석 하나가 열씨미 뭔가를 하고 있어서 봤더니 수도쿠 책이다. 그때 처음 접했는데 나에겐 신세계...무척이나 재밌었다. 어찌어찌 하다가 하나를 내가 가져온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녀석이 ‘옛다 너 먹어라’하며 또 하나를 줬다. 그 책을 여지껏 갖고 있으니 나도 참 대단한(대가리가 단단한) 놈이다.ㅋㅋㅋ 요즘 매일 휴대폰으로 하는 게임이 바로 이 수도쿠다. 재밌고 시간 때우기 참 좋다. 머리를 굴려야 하니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되겠지... 오래 하다보니 전문가 수준. 아주 어려운 거도 앉은 자리에서 다 푼다. 시간이 10분 이상 걸리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5분 내외에서 뚝딱 해결... 숫자 놀음에는 맹추..

중얼중얼 2023.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