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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위하여 / 곽재구

https://youtu.be/yOo7_4jUcTU 희망을 위하여 / 곽재구 너에게로 가는 마음의 길이 굽어져 오늘은 그 끝이 보이지 않더라도 네게로 향하는 불빛 잃은 발걸음들이 어두워진 들판을 성난 이리의 목소리로 울부짖을지라도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굳게 껴안은 두 손을 풀지 않으리 곽재구 시인은 시골 간이역 대합실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모습을 정감어린 시선으로 묘사한 ‘사평역에서’란 시로 많이 알려졌지요. 또 우리나라 곳곳에 숨어 있는 작은 포구들을 돌아보고 기행수필집 ‘포구기행’을 썼구요. 소설가 임철우는 ‘사평역에서’란 시를 모티브로 해서 ‘사평역’이란 소설을 쓰기도 했지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참 오묘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열정이 뜨겁게 달아오르..

시 감상 2022.08.23

동해바다 / 신경림

https://youtu.be/0ykBvbaYQGQ 동해 바다 /신경림 친구가 원수보다 더 미워지는 날이 많다. 티끌만 한 잘못이 맷방석만 하게 동산만 하게 커 보이는 때가 많다. 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남에게는 엄격하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나 보다. 돌처럼 잘아지고 굳어지나 보다. 멀리 동해 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널따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질 수는 없을까. 깊고 짙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스스로는 억센 파도로 다스리면서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면서 신경림 시인은 1970년대에 ‘농무’라는 시를 발표해서 군화의 서슬이 시퍼랬던 당시에 큰 충격을 던졌습니다. 개발독재 논리와 산업사회로 박차를 가한 시대상황에서 궁지에 몰린 농촌의 열악한 상황을, 하층민중의 서정성을 ..

시 감상 2022.08.23

캄캄한 밤 사나운 바람 불 때

https://youtu.be/Qg0TkSU976g 위기다. 온지구가 전쟁, 기아, 전염병, 환경오염으로 모두들 고통과 절망 속에 있다. 교회도 위기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교인들이 좀더 편한 예배 형식을 알게되고 또 실천?하게 되면서 예배현장을 이탈했다. 교회는 교회대로 가슴앓이를 하면서 이탈자를 막으려고 온라인으로 갖가지 모임과 점검 체계를 만들어 교인들을 단속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우습기도 하다. 교인수는 줄어드는데 목사후보들은 해마다 양산되는데 임지는 없고... 마땅히 교회가 사회를 깨우치고 선도해야 하는데 거꾸로 사회가 교회를 손가락질하더니 이제는 오히려 걱정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얼마나 웃픈 현실인가. 게다가 종교 신뢰도를 보면 천주교 불교에 이어 개신교는 꼴..

소리샘 2022.07.26

청포도 / 이육사 시 낭송 감상

https://youtu.be/V30G2vPjeAw 청포도 /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이육사와 윤동주는 일제 말기의 저항시인으로 해방을 간절히 바랐지만 안타깝게도 두 분 다 광복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이육사는 남성적이고 강한 시, 윤동주는 여성적이고 고백적인 시를 주로 썼지만 짙은 민족애와 독립을 바라는 간절한 갈망 등은 공통점..

시 감상 2022.07.26

축복송

https://youtu.be/2XYaIidkMS4 현대인들은 너무 바쁘다.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잠깐 쉬고,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에 돈도 날아가고 직장도 사업도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금만 딴짓을 하면 모든 것이 뒤바뀐다. 뒤쳐질까 초조하고 경쟁에서 밀려날까 불안하다. 나는 그런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교회나 성당, 절 또는 깊은 산속에 들어가 마음껏 소리치기도 하고 침묵으로 기도나 명상에 잠기기를 권한다. 내가 택한 길은 작은 교회에서 찬양을 하는 것이다. 크고 웅장한 건물에서 수많은 이들과 함께하기보다는 작은 동네 교회에서 함께 찬양하며 예배를 돕고 받은 은혜를 서로 나누는 것이 참 좋다. 서로의 눈빛을 보며 말이다... 지난 주 약간 피곤한 몸이어서 목 상태가 좋지 않..

소리샘 2022.06.30

비 / 정지용 시낭송 감상

https://youtu.be/4Mlx2jCgT68 비 / 정지용 돌에 그늘이 차고, 따로 몰리는 소소리 바람. 앞섰거니 하여 꼬리 치날리어 세우고, 종종 다리 까칠한 산(山)새 걸음걸이. 여울 지어 수척한 흰 물살 갈갈이 손가락 펴고, 멎은 듯 새삼 듣는 빗낱 붉은 잎 잎 소란히 밟고 간다. 정지용 시인은 납북되어서 사망했다고 합니다. 우리 문학계의 거목인데 한때는 이름조차 거론하지 못하다가 80년대 이후에 해금되어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졌지요. 작년에 유명을 달리 한 가수 이동원과 테너 박인수가 함께 부른 ‘향수’란 시도 정지용 선생의 작품입니다. 원시는 두 줄씩 끊어서 4연으로 배열을 하고 있어요. 짧은 구절의 배열을 통해 여백과 휴지의 미를 살린다고 흔히 이야기 합니다. 이 시는 비가 내리기 직전..

시 감상 2022.06.30

지금 / 이정하 시낭송 감상

https://youtu.be/YBjWamTTeRw 지금 / 이정하 해마다 피는 꽃이라도, 같은 모습은 아니다. 그 꽃을 바라보는 나도 같지 않다. 모든 것은 흐르고 변한다. 한번 지나가면 그뿐 흐르고 흘러,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은 없다. 지금 이 순간, 지금 이 자리로, 돌아올 길은 영영 없다. 그러니 어찌 소중하지 않으랴, 어찌 간절하지 않으랴, 지금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들.. 내 눈빛에 담기는 모든 것들이.. 모든 것은 물처럼, 바람처럼 시간에 따라 흘러가기 마련이죠. 가만히 서 있는 나를 바람이 스쳐가고, 물은 흘러 내 발목을 훑고 지나간다지만 결국 바람따라 물따라 변해가는 것이 우리 삶이 아닐까요. 나는 변함없이 우뚝 서 있다고 힘껏 소리치지만 변하는 것이 안타깝고 두려워서 나오는 탄..

시 감상 2022.06.30

김밥꽁다리

마누라님은 김밥을 먹을 때 맨날 꽁다리만 먹는다. 예쁜 가운데 토막은 늘 나에게 준다. 나는 마누라님이 나를 위해서 이뿐 것만 골라서 준다고 믿고 있었다. 오늘 김밥을 해놓고 나가시길래 나도 마누라님을 위한다는 생각에 양쪽 끄트머리 삐죽삐죽 못생긴 부분만 모아서 먹었다. 아니! 이렇게 맛있을 수가… 여지껏 마누라님은 제일 맛난 부분만 먹고 있었구나… 갑자기 밀려드는 배신감…ㅜㅜ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 비가 내 가슴 속으로 퍼붓는다…

중얼중얼 2022.06.23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 황지우 시 낭송 감상

https://youtu.be/NGbt7y4twxE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 황지우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群)을 이루며 갈대 숲을 이륙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열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 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 앉는다. 시는 그 내용상으로 보면 서정성이 빛나는 시가 있고 철학적이고 관념적인 시가 있는 반면에 현실의 부정적인 면을 강하게 비판하고 개선하려는 의지를..

시 감상 2022.06.21

피아노 / 전봉건

https://youtu.be/qz1xRY4chJ8 피아노 / 전봉건 피아노에 앉은 여자의 두 손에서는 끊임없이 열 마리씩 스무 마리씩 신선한 물고기가 튀는 빛의 꼬리를 물고 쏟아진다. 나는 바다로 가서 가장 신나게 시퍼런 파도의 칼날 하나를 집어 들었다. 전봉건 시인은 한국문학사에서 전후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시인이지요. 가족들이 월남해서 6.25를 직접 체험했고 그 와중에 형 전봉래는 부산 피난지 다방에서 바흐의 음악을 들으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일화가 전해집니다. 그래서 그의 시 출발점은 전쟁에 대한 고통과 아픔이라고 말합니다. 또 예총회장을 지낸 첼리스트 전봉초는 그의 사촌 형이지요. 집안에 흐르는 예술적 감각, 예술성을 무시할 수는 없는 모양입니다. 60년대 중반엔 김수영과 순수와 참여에 관해 ..

시 감상 2022.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