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55

인도

10여 년 전에 같은 학교에서 근무했고 퇴직 후에도 테니스 모임을 통해 꾸준히 만나고 있는 선배 선생님을 서너달 전에 우리 동네 작은 교회로 슬쩍 이끌었다. 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해서 젊었을 때는 제법 큰 교회(나도 잘 아는 교회)에서 성가대 지휘자로 봉사도 했는데... 지휘를 그만두고 나서는 언제부턴가 교회와 멀어졌고 그 기간이 좀 길어지고...그래선 안되겠다 싶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교회에 다시 나가기를 은근히 종용했다. 좌우지간 몇 년 동안 불쏘시개를 넣어 끊이지 않고 불을 붙여서일까 그분의 뜻일까(선배샘은 ‘그분의 뜻’이란 표현을 즐겨 쓴다) 요즘은 주일이 기다려진단다. 주일 아침마다 우리집 앞에서 만나 같이 가는데 그 얼굴이 그렇게 밝고 좋은 기분이 철철 흘러넘친다. 예배 중 설교를 ..

중얼중얼 2022.02.28

말구유교회 20130824

가끔 말구유같은 교회를 꿈꾼다.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신 예수님을 따른다면 마땅히 그래야 할 것 같다. 예수님을 닮으려면 교회가 더 낮아져야 한다. 으리으리한 건물과 하늘에 닿을 듯한 뾰족한 첨탑(그 것도 두 개 씩이나)은 껍데기일 뿐이다. 그것은 자기과시요, 유혹이요, 위장이요, 눈속임일 뿐이다. 더 낮아진 교회, 더 겸손한 교회가 필요하다. 교회가 낮아지려면 목사와 장로들이 먼저 낮아져야 한다. 신성을 전하며 신도들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낮추고 먼저 발을 씻겨 주어야 한다. 가식으로 우아한 미소를 짓지 말고 마음속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웃음으로 마주쳐야 할 것이다. 스스로 못박힌 예수의 손을 만져야 하며 온몸에서 희생과 사랑의 피가 뿜어내져야 한다. 헌금을 많이 드려서 ..

교회

요즘 집콕하면서 여러 교회를 돌아다니는 재미도 쏠쏠하다. 당연히 홈페이지를 들여다보게 되고... 대부분의 홈페이지 첫 화면은 참 아름다운 말들로 채운다. 예를 들면 말씀으로 양육하는 교회, 성경을 묵상하는 교회, 열방 선교를 목표로 하는 교회, 사랑으로 섬기는 교회, 은혜를 나누는 교회, 성령으로 하나되는 교회 등등 참 아름다운 말들을 보여주고 있다. 참 좋다...그러나 뭔가 2% 부족하다. (그런 표현들이 나쁘다는 게 아니니 오해는 금물...가끔 제대로 읽지도 않고 손가락질 사람들이 있어서리...끄응) 지난 달... 아주 옛날 중고등부, 청년부에서 함께 재밌게 시간과 공간을 공유했던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선생님 생일 축하드려요~~~’하며 자기 근황을 알린다. (으이그 이렇게 민폐를 끼치다니...얼..

중얼중얼 2021.03.13

"개신교 정말 민폐다" 교회발 코로나 확산..시민들 '분통'

개신교단체가 언론에 사과하는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심하게 말하면 그저 상징적인 언론 플레이가 아닐까. 왜냐하면 그들의 통제력이 말단 교회에까지 미치지는 않기 떄문이다. 대부분의 개교회에서는 '우리는 아니니까' '우리 교회는 아니니까'하며 논란의 중심만 피해가면 끝이다. 마치 예수를 죽이라는 군중 앞에서 손만 씻고 물러나는 빌라도처럼... 대다수의 교회는 사회적 비판의식이나 책임의식도 없고 그저 자기 교회 울타리 안에서만 은혜와 사랑을 나누는데 익숙하다. 교회의 역할이 그저 개인의 축복과 천국행 티켓을보여주는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내 잘못이 아니니까, 우리 교회 잘못이 아니니까...' 하며 침묵하며 먼 산 불보듯하는 것이 진정 예수를 따르는 것일까... ----------------..

가시떨기(펌) 2021.02.01

노목사님의 탄식

내가 20대부터 여태껏 알고 지내는 은퇴 노목사님이 전화를 하셨다. 야간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시면서 남보다 늦게 신학을 하셨고(그때는 광나루에 놀러도 자주 갔었는데…) 대학에서도 학생들을 가르치시며 참 특이한 목회를 하셨지. 벽촌 오지 촌구석을 찾아가 교회를 세우고 필요한 것 모두 만들어 놓고는 후배한테 맡기고 자기는 훌쩍 떠난다.(나도 전기 밥솥 등 생활집기 후원도 제법 했지ㅎㅎㅎ)… 번듯한 교회보다는 약하고 소외받는 자들을 모아 먹이고 재우고 취직시키고 가정을 꾸리게 만들고는 내쫓는다. 평생을 그렇게 사신 분인데… 은퇴 후에는 사내 손주 둘을 돌보시는 재미에 푹 빠지시는가 했더니 날이 갈수록 힘에 부치다고 사내놈 둘 보느니 차라리 목회를 다시 하겠다며 푸념 아닌 푸념을 하셨는데(결혼도 늦게 하..

중얼중얼 2020.09.15

교회로부터 '거리두기' / 오승훈

세계 50개 초대형교회 중 23개가 한국에 있다는 사실은 한국 교회가 세속도시의 한 ‘성소’가 아니라 ‘업소’가 된 현실을 씁쓸하게 증명한다. 자료사진 노모에게 교회는 구원이었다. 남편을 잃고 딸 여섯에 아들 하나를 혼자 건사해야 했을 때, 교회가 있었다. 삶은 언제나 춥고 바람 불었지만, 교회에 가면 견딜 만했다. 거기엔 오늘의 위안이 있었고 내일의 믿음이 있었다. 어렵게 본 아들이 학교에서 잇따라 사고를 치자, 시누이의 권유로 개종한 기독교였다. 다니던 점집에서 철마다 굿을 하던 노모는, 정화수를 떠놓고 자식들의 안녕과 무탈을 빌었듯 매일 새벽기도에 나갔다. 또 하나의 기복신앙이었지만, 그 열의는 바지런한 것이어서 훗날 권사가 됐을 정도였다. 교회에서 받았다고 여긴 만큼, 어렵게 모은 재산의 10분의..

가시떨기(펌) 2020.08.26

교회의 책임이다

교회의 책임이다. 인정하자. 교인들이 떠나 숫자가 줄어 들고 최근에는 코로나 확산에 큰 공로를 세우고… 이 모두 교회 스스로가 책임져야 할 것이다. 교회가 사회를 정화하고 사회의 빛이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사회가 교회를 걱정하고 사회가 교회를 위해 기도?할 지경에 이른 지 오래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교회내외의 부정과 잘못함에 대해 지극히 관대해왔다. 부정과 부패를 밝히고 고치기보다는 은혜와 포용이라는 명목으로 덮고 가리기에만 급급했다. 목사와 목사, 목사와 장로, 장로와 장로 사이의 이해가 얽힌 공고한 카르텔에 의해 자기들만의 교회를 유지했다. 잘못이 있으면 고쳐야 하는데 자꾸 덮어주다 보니 이제는 어떤 잘못도 스스로 정죄할 능력을 잃어버렸다. 정화작용을 상실한 지 오래다. 그저 좋은 게 좋은 거고 나..

중얼중얼 2020.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