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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비암이다

행주산성 갔다가 자전거길 따라 집으로 걸어 오는데... 김포대교 지나 100m 지점에서 뭔가가 꿈틀꿈틀... 위로는 차가 씽씽 달리는 자유로, 아래쪽 한강은 멀기만한데 비암 한 마리가... 나뭇가지를 구해 건드리니 땅을 파고 마구 드가네... 이 뙤약볕에 말라 죽을까봐 꺼내서 풀숲으로 던질까 했는데 결국 끄집어내지 못함. 이 비암은 도대체 어디서 나왔을까...참 신기하네ㅎㅎㅎ

우왕좌왕 2021.03.17

If I had a hammer

강매역에서 행주산성 가는 길에 야트막한 봉대산이 있는데 정상 부근에 녹슨 쇠종이 있다. 불이 난다든가 하는 위급한 상황에 치는 종이겠지. 아주 옛날 즐겨 듣고 부르던 노래가 생각난다. 온세상을 향해 경고의 종을 울리고 노래를 부를 사람들이 많아져야지... If I had a hammer, I'd hammer in the morning; I'd hammer in the evening, all over this land. I'd hammer-out danger. I'd hammer-out a warning. I'd hammer-out a love between my brothers and my sisters all, all, all, over this land. If I had a bell, I'd ring..

중얼중얼 2021.03.17

눈물 젖은 저녁

그대는 눈물 젖은 빵을 먹는 기분을 아는가. 마누라님이 무슨 가루를 사오라고 시켜서 마트에 가서 죽 진열한 것 중에 아무거나 하나 뽑아 왔더니 왜 튀김가루를 가져 왔냐고 한다. 슬리퍼 직직 끌고 다시 가서 부침가루로 바꿔 왔더니 이번엔 왜 작은 걸 가져 왔냐고 야단을 친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래도 눈탱이 밤탱이 안 된 게 다행이다...ㅜㅜ 마누라님이 한참을 지지고 볶고 하더니 요렇게 생긴 전병을 저녁으로 내놓네... 좌우지간 속에 들어간 것들이 다양하니 맛은 있어... 괴기와 버섯, 각종 야채와 무순에 맛살까지 온갖것 다 넣었네 눈치 보며 먹으면 소화가 안 된다는데... 조금씩 먹다 보니 긴장이 풀려 실실 웃으며 큰소리를... '어~~~거 참 맛있네~~~맛있어~~~' 이 음식이 나오는데 어떤 상황이..

중얼중얼 2021.03.14

어무이와 TV

어무이와 TV ​ 어무이 방엔 오래 된 옛날 TV가 있다. 요즘 TV처럼 얇고 날렵하지 않고 등이 볼록하게 나와 무겁고 굼뜬 모양을 하고 있다. 허리가 구부러진 우리 오마니와 데칼코마니다. ​ 어무이는 하루 종일 한 방송만 켜 둔다. 아주 오랜 옛날 우리집에 TV가 처음 놓여지던 날부터 지금까지 일편단심 TV는 늘 한 목소리다. 벽에 기대 잠깐 졸 때도 누워서 낮잠을 주무실 때도 TV는 혼자 중얼거리며 잔소리를 해댄다. ​ TV에 빙의되신 아흔여섯 어무이는 오늘도 ‘밥은 묵었나’ ‘일찍 들오그래이’ ‘애비가 늦게 들오믄 내가 잠을 몬잔대이’ 일흔을 바라보는 내게 입에 붙은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 TV와 어무이는 반 접어 펼친 데칼코마니다. 풍경뿐 아니라 잔소리와 행동도 빼다 박은 판박이다.

미메시스 2021.03.13

교회

요즘 집콕하면서 여러 교회를 돌아다니는 재미도 쏠쏠하다. 당연히 홈페이지를 들여다보게 되고... 대부분의 홈페이지 첫 화면은 참 아름다운 말들로 채운다. 예를 들면 말씀으로 양육하는 교회, 성경을 묵상하는 교회, 열방 선교를 목표로 하는 교회, 사랑으로 섬기는 교회, 은혜를 나누는 교회, 성령으로 하나되는 교회 등등 참 아름다운 말들을 보여주고 있다. 참 좋다...그러나 뭔가 2% 부족하다. (그런 표현들이 나쁘다는 게 아니니 오해는 금물...가끔 제대로 읽지도 않고 손가락질 사람들이 있어서리...끄응) 지난 달... 아주 옛날 중고등부, 청년부에서 함께 재밌게 시간과 공간을 공유했던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선생님 생일 축하드려요~~~’하며 자기 근황을 알린다. (으이그 이렇게 민폐를 끼치다니...얼..

중얼중얼 2021.03.13

걷기雜記 / 행주나루

백석체육센터 뒤 도촌천으로 나간다. 이 물길이 닿는 곳이 한강이니 무조건 따라가면 한강에 이르겠지. 항상 처음 가는 길은 좀 어색하다. 대충은 알지만 개울갓길은 어느 지점에선 끊기고 건너가지 못하는 곳도 있고...아무려면 어떠냐 길이 끊어지면 다시 돌아오면 되고...ㅎㅎㅎ 물이 그리 깨끗하게 보이진 않는데 곳곳에 오리들이 놀고 있다. 오리들이 있다는 건 먹이가 있다는 것이고 물괴기가 있다는 것은 그래도 숨을 쉴만하다는 것이겠지...군데군데 낚시꾼들의 것으로 보이는 빈 의자들이 놓여 있다. 낚시를 할만한 모양이지...옛날엔 참 더러운 물이었는데...그래도 많이 나아진 것이지. 작은 개울들은 실핏줄이다. 실핏줄이 잘 통해야 몸의 순환이 잘 이뤄지듯이 작은 개울들이 살아야 강이 살고 바다가 산다. 시민이 실핏..

우왕좌왕 2021.03.08

걷기雜記 고봉산

걷기雜記 20210305 고봉산 집에서 나와 백석근린공원 언덕을 넘어 경의선 철길 옆으로 난 산책길을 걷는다. 풍산역에서 방향을 바꿔 중산쪽으로 아파트숲 길을 걷는다. 한적하고 차도 많이 없고 길도 널찍해서 좋다. 안곡중학교와 안곡고등학교 네거리를 지나 산으로 오른다. 전에 중산 고등학교 옆으로 오르는 길은 계단이 많아 재미가 없었는데 이 길은 가파르지만 그래도 산을 오르는 맛이 난다. 잠깐 힘들게 오르면 평화의 쉼터가 나온다. 6.25때 이곳이 전략상 요충지였다고 한다. 하긴 이 너른 평야에 홀로 우뚝? 솟아 있으니...바로 네거리 갈림길. 바로 죽 올라가면 군부대,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만경사, 왼쪽으로 내리막길은 영천사. 영천사로 내려가는 길 바로 옆에 이무기바위라는 팻말이 있어 보니 이무기는커녕 미..

우왕좌왕 2021.03.08

그릇 굽는 집

채우지도 못하고 비우지도 못한 마음으로 월정사를 나오다가 차나 한잔 하면 마음이 나아질까 해서 딱히 아는 데도 없어 한 군데 들어가니 사람들이 좀 많다. 돌아 나와 천천히 오다 보니 건너편에 눈에 띄는간판. ‘그릇 굽는 집’ 아마도 쥔장이 도예를 전문으로 하는 집인 느낌? 약간 기대를 하고 앞에 서니 민화풍의 호랑이 돌조각이 반긴다. 1층에는 긴 탁자가 있고 곳곳에 가득 진열된 찻잔과 접시. 푸른 빛이 감돌아 무척이나 신비하고 깔끔한 느낌을 준다. 2층을 오르니 와우...작은 갤러리. 작은 토우들, 달항아리, 찻잔 세트...특별히 눈에 띄는 검은 인체 토르소. 편한 소파에 기대 잠시 눈을 붙여도 좋고 여럿이 함께 이야기 나눠도 좋고... 차만 파는 곳이 아니라 쥔장의 손때가 묻어 있는 이런 곳이 나는 좋..

우왕좌왕 2021.02.19

월정사

오랜만에 고즈넉한 겨울 산사를 느끼려고 월정사에 갔는데... 눈에 보이는 현란한 불사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 한탄스럽다. 어설픈 내 생각엔 적광전 앞에 구층석탑만 오롯이 있으면 좋으련만 고색창연한 탑 바로 앞에는 미륵상이 새뜩하게 앉아 있고 온통 주위에는 멋진 건물들이 에워싸고 있으니 어느 한 곳 눈을 둘 데가 없구나... 절은 그냥 절로 있는 것인데 사람의 손이 마구마구 더해져 더 이상은 저절로 있지 못하는 곳이 되었네... 게다가 1인당 입장료가 5,000원에 주차 요금 4,000...너무한 거 아냐? 山寺가 언제부터 돈을 쌓아두는 곳이 되었는지... 이미 죽었지만 숲길 옆에 조용히 자리잡은 고목에 더 정이 간다. 훨씬 더 절답다고나 할까... 오히려 그 나무가 내마음을 더 편안하게 해주는 느..

우왕좌왕 2021.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