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 11

비 즐기기

3시에 요양보호사가 오니 그 이후 몇 시간은 자유다.오랜만에 호수공원에 나왔다. 비도 오고 참 좋네.비를 맞으며 호수공원을 걸었던 게 언제였나...언제든 비가 오면 일부러 뛰쳐 나가 헤맸는데지난 여름엔 비도 별로 오지 않았고 너무 더워서 비맛을 못봤지...드나든지 거의 30년.  스카이라인도 자꾸 바뀌네.푸른 나뭇잎색과 파아란 하늘을 잇던 선을 콘크리트가 막아선다.주거 공간도 중요하고...자연의 모습도 그렇고...옳고 그름이 아니라 사람마다 상황에 따라 중요함이 다르겠지. 느릿느릿 비를 맛보며 걷는다. 사람도 별로 없어서 여유만만.微吟緩步...딱히 음률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흥얼흥얼...한참 쪼그려 앉아 연잎에 빗방울이 모여서 사라지는 것도 즐기고추녀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의 동그라미도 헤아려 본다.참 기분..

중얼중얼 2024.09.24

망 고

망고를 먹고 씨를 받아 물에 담궈 뿌리를 냈다.화분에 묻었는데 싹이 올라오는 게 신기했다.그러나 거기까지...아무리 기다려도 하늘 높은 줄만 알고 열매는 맺지 않네.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모든 조건이 맞아야 하는데...싹이 나고 뿌리를 내렸으니 당연히 열매를 맺으리라는말도 안 되는 황당한 기대를 2년 동안 했네...ㅠㅠ예수가 무화과나무를 베라 했던 것처럼 저주를 퍼부으며 망고나무?를 베어 버린다.나의 부족함과 어리석음은 살짝 지우고 망고만 탓한다.내 잘못은 없지. 암...모든 건 나의 기대를 저버린 망고라는 놈 잘못이지.요즘 세태에 나도 따라가고 있다.모든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자유로움을 체득했나보다...ㅎㅎㅎ  #무책임 #망고싹틔우기 #황당한기대

중얼중얼 2024.09.19

약육강식

약육강식.말벌이 잠자리를 맹렬하게 공격한다.약육강식이 자연계의 법칙이라지만 짐승이나 곤충, 벌레 무리와 인간은 달라야 하지 않을까.내 지식 내 힘 내 권력을 과시하며 보란 듯이 목에 힘주는 세상이 아니라힘없고 약한 자들도 웃음을 머금고 살아갈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사람다움.사람이 사람다움은 강자가 약자를 보호하고 배려하는 데서 나오지 않을까...잘나고 멋지고 돈많은 1등만 대접받고 인정하는 사회가 아니라좀 못나고 약하고 돈도 없는 꼴찌라도 무시당하지 않는 사회를 꿈꾼다면 너무 이상적인가?사자와 어린아이가 함께 노는 세상은 정녕 올 수 없단 말인가?한가위가 아니라 한더위 추석 연휴에 별 허접한 생각만 하고 있다.더위 먹었나? 분명 에어컨을 틀었는데 왜 이리 화끈거리나...#더위 #사람다움 #추석 #..

중얼중얼 2024.09.19

대 화

10년 전에 쓴 글인데...지금 상황에 대입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ㅜㅜ76년에 한완상 교수의 단문들을 모아 펴낸 책이다...먼지가 쌓이고 종이도 누렇게 변하고 활자도 잘고 보기에 영 신통찮다.그래도 반가운 마음에 꺼내어 읽어보니 예나 지금이나 아주 공감이 간다..74년에 씌여진 글이니 만 40년...40년 전이나 별로 다른 게 없으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ㅜㅜ진정한 대화가 필요한 이유를 세 가지로 요약한다.1. 대화가 없으면 격돌의 돌풍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2. 대화가 없으면 오만하고 명령조의 독백의 독주가 있든지, 비굴한 복종적인 중얼거림이 있다.3. 대화가 없으면 불신과 음모가 난무한다...그리고는 진정한 대화의 조건을 제시한다...첫째 대화자의 언행이 일치되어야 ..

중얼중얼 2024.09.19

휴대폰 분실

요즘은 산책을 나가도 1시간 정도 걷고 돌아오는데 오늘은 좀 길게 잡고 나갔다.집에서 나가 호수공원 돌아 주엽역 찍고 일산역.일산역에서 경의선 산책로로 죽 걸어오면서 백마역을 조금 지나니 수크렁이 늘어섰네.한 20분 가면 집. 편안한 마음으로수크렁 결초보은 수크렁 결초보은을 머릿속으로 되뇌는데생각을 깨는 어디선가 계속 울려오는 휴대폰 벨소리.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고...이거 뭐지?밝은 귀를 집중해서 들어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보니 숲속 산책길.휴대폰이 하나 떨어져 있네...받으니 소리로 보아 80대 쯤...대화가 잘 안 돼.대개 80대 되는 분들은 상대 소리는 별로 듣지 않고 거의 자기 말만 한다.게다가 상황이 상황인지라 흥분해서인지 소통 불가.옆에 있는 분 바꿔 달라니 받으시는데 아마도 부인. 그런데..

중얼중얼 2024.09.19

모 자

나는 모자가 많다. 그냥 많은 게 아니고 겁나게 많다.운동할 때 함께 땀 흘리는 놈, 걸을 때 같이 걷는 놈, 좀 그럴듯하게 보이려 할 때 덮는 놈,쓰임새도 다 다르고 모양도 제각각이다.머리숱이 별로 없는 대머리라 뚜껑처럼 덮다 보니 자연스레 많아졌지.ㅋㅋㅋ옛날 모자 공장을 하는 친한 동무가각종 유명 브랜드의 운동 모자를 나에게 납품, 후원?을 많이 했고...심심찮게 귀한 선물도 받는다.분홍색은 중1때 만난 꼬맹이가 15년을 훌쩍 지나 대학졸업 하고 어엿한 숙녀가 되어 만났을 때 받은 선물.검은 색은 시인 황금찬 선생님이 쓰시던 것인데 ‘이선생 이거 한번 써봐’ 주셔서 쓰고...감청색은 목사님이 당신한테는 잘 어울리지 않아 나에게는 어울릴 것 같다고 한 번도 안 쓰고 주신 것.그런데 상표가 똑같네...이..

중얼중얼 2024.09.09

亡者의 노래

亡者의 노래床石은 나의 마지막 흔적.허물어진 묏등을 길로 내주니스스로 너른 마음이 되어홀로 편안함을 누린다.이승과 저승은 이미 갈라진 세상오고 갈 수 없음을 깨달으니오지 않는 사람을 탓하지도 않고찾는 이 없음을 한탄하지도 않는다.누워서 보는 하늘은 예전과 다름없고몸 아래 흙은 여전히 부드럽다.바람따라 많은 이들이 스쳐 지나가고풀과 나무와 벗하니 외롭지 않다.보고 듣고 말하던 모든 것은오로지 헛된 욕심에서 나온 것들눈 감고 귀 막고 입 다물고천천히 흙과 한 몸이 되어감을 즐긴다. #허물어진묏등 #床石

미메시스 2024.09.09

絶 鳴

絶鳴 絶鳴 그리고 絶命소리는 살아 있음이다.죽음은 소리가 없다.저마다 제소리를 낸다. 아이들의 철없는 소란함나만 옳다고 하는 유치함구름같은 환상만 늘어놓는 허망함어르신들의 되풀이 되는 잔소리어떤 소리라도 들으며 살자. 살아 있음을 느끼고감사하며 받아들이자. #소리 #絶鳴 #絶命 #매미 로그인 또는 가입하여 보기Facebook에서 게시물, 사진 등을 확인하세요.www.facebook.com

미메시스 2024.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