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724

비 즐기기

3시에 요양보호사가 오니 그 이후 몇 시간은 자유다.오랜만에 호수공원에 나왔다. 비도 오고 참 좋네.비를 맞으며 호수공원을 걸었던 게 언제였나...언제든 비가 오면 일부러 뛰쳐 나가 헤맸는데지난 여름엔 비도 별로 오지 않았고 너무 더워서 비맛을 못봤지...드나든지 거의 30년.  스카이라인도 자꾸 바뀌네.푸른 나뭇잎색과 파아란 하늘을 잇던 선을 콘크리트가 막아선다.주거 공간도 중요하고...자연의 모습도 그렇고...옳고 그름이 아니라 사람마다 상황에 따라 중요함이 다르겠지. 느릿느릿 비를 맛보며 걷는다. 사람도 별로 없어서 여유만만.微吟緩步...딱히 음률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흥얼흥얼...한참 쪼그려 앉아 연잎에 빗방울이 모여서 사라지는 것도 즐기고추녀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의 동그라미도 헤아려 본다.참 기분..

중얼중얼 2024.09.24

망 고

망고를 먹고 씨를 받아 물에 담궈 뿌리를 냈다.화분에 묻었는데 싹이 올라오는 게 신기했다.그러나 거기까지...아무리 기다려도 하늘 높은 줄만 알고 열매는 맺지 않네.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모든 조건이 맞아야 하는데...싹이 나고 뿌리를 내렸으니 당연히 열매를 맺으리라는말도 안 되는 황당한 기대를 2년 동안 했네...ㅠㅠ예수가 무화과나무를 베라 했던 것처럼 저주를 퍼부으며 망고나무?를 베어 버린다.나의 부족함과 어리석음은 살짝 지우고 망고만 탓한다.내 잘못은 없지. 암...모든 건 나의 기대를 저버린 망고라는 놈 잘못이지.요즘 세태에 나도 따라가고 있다.모든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자유로움을 체득했나보다...ㅎㅎㅎ  #무책임 #망고싹틔우기 #황당한기대

중얼중얼 2024.09.19

약육강식

약육강식.말벌이 잠자리를 맹렬하게 공격한다.약육강식이 자연계의 법칙이라지만 짐승이나 곤충, 벌레 무리와 인간은 달라야 하지 않을까.내 지식 내 힘 내 권력을 과시하며 보란 듯이 목에 힘주는 세상이 아니라힘없고 약한 자들도 웃음을 머금고 살아갈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사람다움.사람이 사람다움은 강자가 약자를 보호하고 배려하는 데서 나오지 않을까...잘나고 멋지고 돈많은 1등만 대접받고 인정하는 사회가 아니라좀 못나고 약하고 돈도 없는 꼴찌라도 무시당하지 않는 사회를 꿈꾼다면 너무 이상적인가?사자와 어린아이가 함께 노는 세상은 정녕 올 수 없단 말인가?한가위가 아니라 한더위 추석 연휴에 별 허접한 생각만 하고 있다.더위 먹었나? 분명 에어컨을 틀었는데 왜 이리 화끈거리나...#더위 #사람다움 #추석 #..

중얼중얼 2024.09.19

대 화

10년 전에 쓴 글인데...지금 상황에 대입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ㅜㅜ76년에 한완상 교수의 단문들을 모아 펴낸 책이다...먼지가 쌓이고 종이도 누렇게 변하고 활자도 잘고 보기에 영 신통찮다.그래도 반가운 마음에 꺼내어 읽어보니 예나 지금이나 아주 공감이 간다..74년에 씌여진 글이니 만 40년...40년 전이나 별로 다른 게 없으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ㅜㅜ진정한 대화가 필요한 이유를 세 가지로 요약한다.1. 대화가 없으면 격돌의 돌풍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2. 대화가 없으면 오만하고 명령조의 독백의 독주가 있든지, 비굴한 복종적인 중얼거림이 있다.3. 대화가 없으면 불신과 음모가 난무한다...그리고는 진정한 대화의 조건을 제시한다...첫째 대화자의 언행이 일치되어야 ..

중얼중얼 2024.09.19

휴대폰 분실

요즘은 산책을 나가도 1시간 정도 걷고 돌아오는데 오늘은 좀 길게 잡고 나갔다.집에서 나가 호수공원 돌아 주엽역 찍고 일산역.일산역에서 경의선 산책로로 죽 걸어오면서 백마역을 조금 지나니 수크렁이 늘어섰네.한 20분 가면 집. 편안한 마음으로수크렁 결초보은 수크렁 결초보은을 머릿속으로 되뇌는데생각을 깨는 어디선가 계속 울려오는 휴대폰 벨소리.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고...이거 뭐지?밝은 귀를 집중해서 들어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보니 숲속 산책길.휴대폰이 하나 떨어져 있네...받으니 소리로 보아 80대 쯤...대화가 잘 안 돼.대개 80대 되는 분들은 상대 소리는 별로 듣지 않고 거의 자기 말만 한다.게다가 상황이 상황인지라 흥분해서인지 소통 불가.옆에 있는 분 바꿔 달라니 받으시는데 아마도 부인. 그런데..

중얼중얼 2024.09.19

모 자

나는 모자가 많다. 그냥 많은 게 아니고 겁나게 많다.운동할 때 함께 땀 흘리는 놈, 걸을 때 같이 걷는 놈, 좀 그럴듯하게 보이려 할 때 덮는 놈,쓰임새도 다 다르고 모양도 제각각이다.머리숱이 별로 없는 대머리라 뚜껑처럼 덮다 보니 자연스레 많아졌지.ㅋㅋㅋ옛날 모자 공장을 하는 친한 동무가각종 유명 브랜드의 운동 모자를 나에게 납품, 후원?을 많이 했고...심심찮게 귀한 선물도 받는다.분홍색은 중1때 만난 꼬맹이가 15년을 훌쩍 지나 대학졸업 하고 어엿한 숙녀가 되어 만났을 때 받은 선물.검은 색은 시인 황금찬 선생님이 쓰시던 것인데 ‘이선생 이거 한번 써봐’ 주셔서 쓰고...감청색은 목사님이 당신한테는 잘 어울리지 않아 나에게는 어울릴 것 같다고 한 번도 안 쓰고 주신 것.그런데 상표가 똑같네...이..

중얼중얼 2024.09.09

요양 보호

어머님이 누우신지 두 달 반. 매일 되풀이 되는 일상.여태껏 집에 계셨으니 요양시설에 모시는 건 생각도 하지 않았다.주위에서 여러 이야기도 많이 들어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공단에 연락을 해서 직원이 왔다.현장 실사 후 요양등급 판정을 받아 다음 주부터는 요양보호사가 오기로 했다.하루에 4시간.말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 그동안 우리 부부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오후 4시간이지만 그래도 조금 여유를 가지게 됐다. 다행이다.그런데 낮에는 거의 주무시고 밤에만 깨시니 그게 함정...ㅎㅎㅎ어쨌든 숨 좀 돌리게 됐다.두 달여 동안 눈에 띄게 뱃살이 불어 몸무게도 따라 늘었네.이거 줄이기 쉽지 않겠는데.ㅜㅜ#요양보호 #뱃살

중얼중얼 2024.08.30

풀잎에 매달린 매미

풀잎에 매미가 달렸다.단단한 나무에 빨대를 꽂아야 하는데...흐느적거리는 풀잎에 매달린 매미.뭐 어차피 짧은 시간 살다가 갈 것이라 그러려니 하는데...요즘 현실에 대입해 보니 재밌는 그림이 그려진다.건들건들 거들먹거리는 몸짓에 텅 빈 머리만 흔들고 다니는 돌멩이를 따라다니는 놈들과 어쩌면 그리도 같을까...어차피 곧 죽을 운명인데 좀더 살아보겠다고 잡은 것이 하필 썩은 새끼줄이니 이 무슨 얄궂은 운명인가...ㅎㅎㅎ걸레 빨고 빨고 또 빨아도 행주나 손수건 못 되고 짱똘 수북히 쌓아 봐야 금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지들도 잘 알 텐데... 하늘하늘거리는 풀잎에 매달려 죽음을 눈앞에 둔 매미의 생각은 도대체 뭘까?1. 이미 주군으로 삼았으니 죽도록 충성해야지. 일편단심을 우리 국민들은 좋아하잖어.2. 멍청이 ..

중얼중얼 2024.08.27

친 구

공자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산 넘고 물 건너서 친구가 찾아옴은 참 반가운 일이다.오랜만에 옛날 친구들을 만났다.일산에 있는 둘과는 가끔 만났지만 물리적으로 먼 둘은 보기 쉽지 않았지…어차피 모두 함께 만나볼 때도 됐고 나의 현재 상황도 그렇고...위문공연 겸 생존확인 겸, 겸사겸사 집 근처에서 모였다.옛날엔 모임을 하면서 자주 봤는데 코로나가 휩쓸고, 한 칭구가 먼저 하늘나라로 가고 하다보니 많이 뜸했지...순창에서 송도에서...다들 나이를 먹다보니 쉽지 않은 걸음을 했네.제천에 있는 칭구 하나만 빠졌는데...제천 아낙네들과 노느라 못왔나?ㅋㅋㅋ좌우지간 재밌게 살아온 옛날 우리들 이야기, 더운 날씨에 열받으며 살아내야만 하는 지금 이야기하며 기분좋게 즐겁게 시간을 나눴다.결국 살아갈 미래이야기의 마무리는..

중얼중얼 2024.08.25

샌달

오래 전부터 뽕뽕 구멍을 뚫은 신발이 유행을 했다.앞부분이 펑퍼짐 넓어 모양도 별로고 주로 애들이 신는 것 같아 마음이 닿지 않았는데…주변에서 신고 다니는 5, 60대들이 편하다고 해서 함 신어볼까? 주저주저…(결정 장애)아무 생각없이 매장을 지나치다 잔 구멍이 촘촘한 새로운 모델이 있어서…스을쩍 가격을 보니 꽤 비싸네…무려 8만 9천. 마넌 할인 7만 9천. ㅠㅠ캬~~~질질 끄을고 다니는 슬리퍼 하나가 뭐 이리 비싸나…안 신으면 그만이지…그러다 새로운 모델에 미련이 남았는지? 장난삼아 마누라님을 꼬드겼다.우리 같이 함 신어볼까? 하니 아이고 나는 싫네 칠색팔색 손을 휘젓는다.가격까지 말했다간 날벼락을 맞을 뻔...ㅎㅎㅎ역시 정상적인? 노인네?들은 관심이 없구나...다시 잔머리를 굴려서 딸님 찬스.말첫머..

중얼중얼 2024.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