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737

까만 옥수수

까만 옥수수를 삶으니 그 물도 포도즙이나 오디즙처럼 아주 짙다.대궁이 또한 새까맣다.마치 뼈도 새까만 오골계처럼…밥에 넣으려 하나하나 까는데 손도 자줏빛으로 물든다.아…이래서 近墨者黑, 近朱者赤이라 하는구나…밥에 넣으면 온통 까만 밥이 될까 해서 밥에 넣는 걸 주저한다.뼛속까지 새까만 것을분칠하고 포장한다고 해서 근본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화법을 가르치고 태도를 바꾸는 교육이 하루 아침에 만족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ㅋㅋ설령 순식간에 놀라운 결과를 나타낸다 해도 그건 겉모양일 뿐이다.속을 잘라 보고 쪄보면 역시 시커먼 물만 가득 차있을 것이 분명하다…  모든 공감:22회원님, 김홍식, 송원재 및 외 19명

중얼중얼 2024.08.17

위문 공연

오래전 어느 선배가 자기집 근처에서만 떠돌며‘나를 五里 선생으로 불러주게나’해서 마구마구 좀 돌아다니시라구 강하게 핀잔?을 준 적이 있는데...나이가 좀 되니? 여행가는 것 빼고는 멀리 나가기 싫은 게 사실이다.각설하고...요즘...여행은커녕 집밖 외출도 마음대로 못하는 것이 내가 처한 상황이다.이런 내 형편을 어찌 알았는지 위문공연이랍시고 이 더운 날에 멀리서 가까이서 찾아오는 칭구들이 있네.기껏해야 한두 시간 잠깐 얼굴 맞대는 것이지만오랜만에 만나니 반갑고 내 처지를 생각해줘서 더욱 고맙다.덕분에 집앞 동네에서 맛있는 것도 많이 먹어 너무 좋다.행복한 나날이구먼...ㅎㅎㅎ#먹거리천국 #칭구  모든 공감:22회원님, 김홍식, 남자서중현 및 외 19명

중얼중얼 2024.08.17

책 버리기

책을 버리면서 보니80년대부터 근무하던 학교 도서관에서 가져온 책이 꽤 있다는 거…요즘 도서관에서도 5년 넘은 책들은 기증도 안 받는다는데꽤 오래 묵은 책들…내 것이 아니니 쥔에게 돌아가는 게 당연하고…내맘대로 쓴다거나 버릴 순 없지. 암 그렇구 말구~~~직접 가서 전하면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개질까봐 짧은 메모 덧붙여 택배로 포장해서 여러 학교 도서관으로 돌려 보낸다.마음이 편안하다.잠시 갖고 있다가 쥔에게 돌려줄 수 있음도 참 고마운 일이다.갑자기…나자신도 내것일까? 하는 생각이 드네…나에 딸린 다른 모든 것은?덥다…요즘 절친인 내돈내산 냉방기도 내것이 아닐까?ㅎㅎㅎ#책버리기 #도서관에서빌린책 #내것 모든 공감:21회원님, 남자서중현, 김종연 및 외 18명

중얼중얼 2024.08.17

매 미

7년이라는 긴 시간을 묵묵히 기다려羽化登仙해서 기껏 일주일...한평생 울기만 하다가 이제 떠날 때가 되었네.곳곳에 떨어진 신선의 주검.가야할 때를 알고 받아들이는 아름다운 뒷모습.매미를 칭찬하고 싶다.이미 중국 진나라 육운은 한선부(寒蟬賦)에서매미의 오덕(五德)인 문(文)ㆍ청(凊)ㆍ염(廉)ㆍ검(檢)ㆍ신(信)을 설파했다.頭上有緌則是文也 머리에 갓끈 무늬가 있으니 문인의 기상이 있다.含氣飮露則其淸也 천지의 기운을 품고 이슬을 마시니 청정함이 있다.黍稷不食則其廉也 곡식을 먹지 않으니 청렴함을 갖추고 있다.處不巢居則其儉也 거처로 둥지를 만들지 아니하니 검소함이 있다.應候守節則其信也 철에 맞추어 나타나고 사라지니 신의가 있다.다시 풀어 보면...1. 매미의 머리가 관의 끈이 늘어진 모습과 흡사해 ‘문인의 기품’이..

중얼중얼 2024.08.12

노자가 제시한 버려야 할 4가지

작년에 올린 글인데 페부기가 알려주네.여전히 변함없는 우리 현실.날씨도 작년 오늘 더웠던 모양인데오늘이 훨씬 더 더울껄껄껄~~~  노자가 제시한 버려야 할 네 가지驕氣, 多慾, 態色, 淫志.어떤 이가 출전이 도덕경이라고 해서 81구절을 다 찾아봤지만 도덕경에는 이런 단어들이 없다.각설하고...驕氣는 말 그대로 교만한 기색이다.자기가 제일이라는 생각이 그대로 나타난다.겸손함이 없고 완장을 찬 오만함만 보인다면 스스로가 유치하고 졸렬한 인간?이라는 것을 드러낼 뿐이다.나만이 옳다는 생각은 누구든지 가지면 안 된다. 특히 지도자 자리에 있는 者라면...나만 옳으니 무조건 직진하면서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감히 칼자루를 쥔 나에게 대드는 것이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때려 잡는다.多慾. 원래 인간의 욕심..

중얼중얼 2024.08.12

걷기 운동

짬을 내서 이십여 일 만에 호수공원에 나갔다.매일 오전에 두시간 이상 걷는 일상인데 오랜만에 걸으니 한 시간 정도에서 힘듦을 느낀다.예전엔 1k를 10분이면 갔는데 이젠 11분이 넘고....힘듦과 느려진 속도가 체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한 달여 동안 거의 집안에서만 있어서 그렇다고 위안을 한다.집안에서라도 운동을 해야 하는데 워낙 게으른 천성에 의지박약이니ㅜㅜ마음도 편치 않으니 운동을 할 정신적인 여유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의지를 일깨우고 게으름에서 벗어나 많은 움직임을 가져야겠다.이렇게 생각은 하지만 과연 실천할까?ㅎㅎㅎ#운동 #체력

중얼중얼 2024.08.12

청렴과 근검

爲政之要 公與淸(정치의 요체는 공정과 청렴이요)成家之道 儉與勤 (가문을 이루려면 근검해야 한다.)공정과 청렴이란 낱말의 원뜻은 이미 사라졌으니 우리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사어가 되었다.공정이란 자기 맘대로 잣대를 바꾸어 나한테는 유리하게 적용하고 남한테는 법과 원칙을 내세워 엄정하게 징벌하는 것이고...청렴이란 남이 똥을 묻힐 때 나는 쪼끔, 아주 쪼끔 묻히는 것이니 항상 비교 우위에만 서면 되는 것이다.두 단어 모두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이 너무나 당연한 시대.자기합리화와 책임회피 자기정당화에 도가 튼 얼굴에 철판 깐 놈들이 하는 것이 바로 정치다.권력을 이용하고 이권을 노릴 자리에 있을 때 남보다 덜 해먹으면 바보가 아닌가.나의 지위를 이용해 개인적 욕심을 채우는 것은 공직자의 당연한 권리가 되었다...

중얼중얼 2024.07.30

회고록

외사촌누이가 왔다.어머니가 누워 계신지도 모르고 그냥 인사차 들렀다가 많이 놀란다.어머님은 주무시기만 하니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정이 많고 자상해서 내가 어렸을 때부터 우리 어머니와 나를 끔찍이도 챙겨주던 누이.책 한 권을 슬며시 내민다.70대 후반의 나이에 자기가 살아온 궤적을 되짚어 보며 쓴 회고록.420여 쪽이나 되는분량...그 열정이 참 대단하다....다 읽진 않았지만 가족들의 심부름꾼으로 살아온 삶의 여정이 담담하게 그려져 있네.많은 사람들이 부러움을 느낄만한 삶이 보인다.물론 여기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겠지.누구에게나 삶의 고통은 있게 마련이고 당사자가 느끼는 기쁨과 슬픔의 깊이는 제삼자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고위공직자의 아내로, 세 아이의 어머니로, 동생들을 보..

중얼중얼 2024.07.30

작은 침대

작은 침대. 어머니 옆에 가만히 누워 본다.뱃속에서처럼 잔뜩 웅크린다.좁지만 편안하다.살며시 뼈만 남아 깡마른 손을 잡는다.‘왔나’ 살짝 스쳐가는 힘으로 내 손을 잡으신다.이내 눈을 감고 혼잣말로 중얼거림‘아이고…내가 와 이라노…느그들 애만 멕이고…내 평생 요레 누버 살지 안았는데…아이고 미안타…고생한다’‘개안아요, 개안아 나이를 먹으면 누구나 다 그래...엄마 나이가 몇인데...아흔하고도 여덟이다. 백살까지 살아야지...’되지도 않는 말을 위로랍시고 내뱉는다.더운 여름인데 춥다고 이불을 끄잡아 덮으신다.어릴 적 어린애로 돌아간다.이불을 살짝 젖히고 말라붙은 가슴에 손을 얹어본다.아들이라도 남새스러운지 이불을 당겨 덮는다.‘야가 와 이라노…’‘애비 어릴 때 젖 뗀다고 아까징끼도 발랐다. 하~~~’‘아~~..

중얼중얼 2024.07.30

여행 취소 (20240618)

어제 어머님이 화장실에서 나오시다가 넘어지셨다.마침 내가 거실에 있어서 바로 일으켜서 안고 방으로 모셨다.‘아야 아야’만 연발하시고 움직이질 못하시네.가슴과 오른쪽 팔 부위는 약간만 건드려도 아프다 하시며 운신을 못하시니...병원에 모시고 갈 수도 없는 상황...속수무책. 정신무인지경이다.2,3년 전만 해도 마음껏 다니셨고 작년 겨울 이후 바깥 외출은 못하셨지만 집안에서 혼자 생활하기에는 무리가 없었는데...하긴 연세가 아흔여덟이니 기력이 옛날 같진 않지만 갑작스런 사고?라 당황스럽다.아침에 광주 목사님께 전화를 드렸다.잔뜩 기대를 하고 계실 터인데...죄송하고 또 죄송하다.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지...찬찬히 말씀 드리고 이해를 구했다.실망하시는 표정이 눈에 선하다.ㅜㅜ오랜만에 광주에 가려던 계획은 사라..

중얼중얼 2024.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