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빗줄기가 한바탕 지나가서 땅이 질지 않을까 살짝 걱정했다. 막상 걸어보니 오히려 찰싹찰싹 발에 닿는 촉감이 좋다. 비 때문에 잔 돌들이 튀어 나온 게 많아 약간 신경이 쓰이지만... 비 예보 때문인지 사람들이 적어 그 또한 좋다. 마주치는 맨발들, 하얗게 드러나는 발들이 오목조목하니 참 예뿌다. 감싸고 감췄던 발을 살며시 내놓고 걷는 걸음걸이 또한 아름답다. 微吟緩步랄까. 맨발로 걸으면 자연히 천천히 걷고 살피며 걷는다. 혼자 나직이 노래도 하고... 전에는 운동이랍시고, 땀을 빼야 된다고 마구마구 빠르게 걸으며 기쁨을 맛보았다. 그러나 이제는 느릿느릿 걸어도 지루하지 않고 더 큰 기쁨을 느낀다. 빠른 걸음으로 휙 지나침보다 느림 가운데에서 여유있는 맛을 찾는달까... 비가 온 후 적당히 젖은 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