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724

오상일 개인전(2022.09.16)

오랜만에 상일형 개인전.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강한 예술의 혼과 열정적인 작업.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형의 작업에는 인간의 고뇌와 고독이 진하게 배어 나온다. 근원적인 고독인가. '삶의 문제를 다루지 않는 예술은 예쁘장한 장식에 불과하다'라는 형의 말에서 삶 따로, 작업 따로가 아닌 삶이 녹아있는 작업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코로나 펜데믹과 지구 환경의 재앙과 미래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드러내 비관적인 느낌의 작품도 있지만 스스로와 우리들에게 강한 경고의 메세지를 담고 있다고 보는 게 적당한 듯. 그래도 두어 달에 한 번? 가끔 흰소리 주고 받으며 만났는데 개인전 준비 등 여러 일로 그동안 격조했지. '얼굴 본 지가 일년이 넘었네'하며 맞잡은 손에서 반가움과 정을 느껴 기분도 좋았다. 형의 작품도 ..

중얼중얼 2023.09.18

나눔

신발장 정리하다 구석에 서있는 배드민턴 라켓 두 세트를 발견했다. 오래 전 것인데…손잡이 비닐도 뜯지 않았네… 나는 배드민턴을 끊었지… 2004년…거의 20년 전이네… 교사 배드민턴이 아주 센 학교(교사 전국대회, 교육감배에서 우승할 정도… 실력자들이 모여 있었지)라 덩달아 열씨미 치다가 오른쪽 종아리 근육이 끊어졌다. 전위에 나가 있었는데 뒤에서 누가 망치로 종아리를 빡 때려서 뒤를 돌아보니 파트너는 멀리 있고… 좌우지간 깁스를 풀 때까지 4주 병가를 냈다. 그런데…한 이틀 쉬었나?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다리만 뻣뻣하지 온몸이 다 멀쩡하니 오히려 다른 병이 생길 지경… 다시 출근 결정. 제자들 중 택시를 하는 놈들이 몇 있어서 번갈아 가며 그들 힘을 빌려 출근을 했지… 일산에서 여의도까지…그놈들..

중얼중얼 2023.09.18

통합총회

교회법을 무시하고 그것도 모자라 그 교회에서 총회를 하려 하다니... 불법세습을 강단에서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목사는 이미 범법자에게 동조하는 공범이다. 목사 자격도 없다.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불법을 묵인하는 것이 어찌 목회자가 할 일인가. 예수를 앞에 내세우고는 뒤에선 사리사욕만을 추구하는 집단들... 그저 화목을 강조하며 은혜로 덮으며 침묵하지 마라. 예수처럼 성전 마당에서 상을 뒤엎고 장사치들을 내쫓지는 못할망정 진실은 말해야 되지 않나?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생계에만 매달려 세속의 가치관에 따르는 무리들.... 예수를 앵벌이 시켜 지들 배만 불리려는 족속들... 정말 지금이라도 정신차리고 회개하라... #불법세습 #통합교단총회 #생계형목사 #에수

중얼중얼 2023.09.12

이웃사촌

거의 30년 전. 신도시 일산… 전철도 들어오기 전. 같은 아파트 입주 동기들이니까 제법 오랜 세월을 함께 지낸 친구들. 애들 또래가 비슷한 것이 주된 촉매제였고… 한 라인에 살면서 승강기를 같이 타며 앞집, 아래위 대여섯집이 친하게 지냈지. 꼬물꼬물 유치원 다니던 애들도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되고… 몇은 이미 다 치웠고 오늘 또 한놈이 장가를 가네… 치울 애들이 몇 남았지만 서로 입 꼭 다물고ㅋㅋㅋ… 애들이 크는 동안 우리도 그만큼 낡았고… 우리집을 포함 두 집은 아직 일산에 있고 서너 집은 가까운 파주. 한 집은 아직도 그 아파트. 완전 화석이구먼...ㅎㅎㅎ 오랜만에 이웃사촌들 만나니 반갑구먼… 가까운 시일 내에 옛날 자주 가던 아파트 앞 음식점에서 만나자고 약속ㅎㅎㅎ 신랑놈은 운동을 너무 해서 그런지..

중얼중얼 2023.09.12

오리

오리 몇 마리가 잔디밭에서 놀다가 호숫물로 바쁘게 돌아간다. 아예 텃새가 되어 野性을 잃은 오리들. 먹을 것 풍부하고, 천적의 위험도 없고, 힘들게 먼 길 오가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으랴. 편함에 야성을 잃어버렸다. 불쌍하다. 마찬가지로 야성을 잃은 야당. 불쌍타. 결기도 없고 계획도 없고 논리도 없이 멍청함에 안주하는 무리들... 니들이 야성을 버리면 시민들은 니들을 버린다. #야성 #오리 #텃새 #결기 #계획 #안주

중얼중얼 2023.08.29

늦은 비

비가 마구마구 퍼부을 때 나왔다. 걷다 보니 점점 잦아든다. 호수공원에 다다르자 비는 거의 그치고...그래도 사람은 뜸하다. 다리 밑 큰 평상에는 하나씩 누워 팔을 쳐들고 있다. 지하철에서는 마카 고개를 수그리고...휴대폰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가 없다. 사람이 오가지 않아 전통공원 정자에 앉아 느긋하게 담배 한 대를 피워 문다. 기분이 좋다.ㅎㅎㅎ 일어서려는데 비가 다시 쏟아진다. 기분이 더 좋아진다. 폭우에 기분이 좋아지다니...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하다.ㅎㅎㅎ 내 기분이야 좋지만 한편으론 살짝 우울하기는 하다.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비. 이맘때엔 해가 쨍하니 비쳐줘서 모든 열매가 진하게 익어야 하는데... 쓸데없는 논란만 일으키고 항상 지는 슬쩍 빠지는 썩을 놈이 떠오른다. 요즘 비처럼 정말 필요없..

중얼중얼 2023.08.29

7월

벌써 7월이다. 열두 달을 둘로 나누면 나머지 반이 지나갔다. 세월은 왜 이리도 빠를까... 잠시라도 멈춰주면 나도 좀 쉴 터인데... 비도 오고...몇 년 전 기억을 소환해본다. 밤꽃도 거의 지고 거의 모든 식생들이 열매를 맺는다. 하물며 아주 작은 작은 풀 까지도..... 열매는 겉이고 속은 씨앗이다. 열매는 화려해서 봄직도 하고 먹음직도 하지만 씨앗은 그냥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정말 중요한 것은 안에 있는 씨앗인데.... 예쁜 꽃을 피우고 보란듯이 열매를 다는 것은 속에 있는 씨앗을 꺼내 달라는 간절한 바람이다. 꽃과 열매가 본질은 아니다. 꽃과 열매는 씨앗으로 가는 과정일 뿐이다. 한해의 반을 마무리 하고 새로운 반을 맞는 시점에서 떨어진 꽃을 아쉬워 하며 탐스런 열매에만 눈을 맞추려 하지는 않..

중얼중얼 2023.08.28

은퇴

‘형 나 은퇴했어’ ‘그래 몇 년 전 정년했지. 먼 소리여?’ ‘아니 그게 아니구...’ 50대 나이 들어 만났지만 서로 통하는 점이 많아 호형호제하면서 여지껏 만남을 이어오고 친구. 나는 서북쪽 끝 그는 동남쪽 끝. 사는 곳이 먼 만큼 가끔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교회에서 자란 공통점이 있어 만나면 교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오랜만에 얼굴을 맞대니 서로 반갑고 즐겁기만 하다. 몇 년 전 정년퇴직을 하고 교회 장로직도 은퇴를 선언했단다. 물론 목사와 장로들이 말리는 건 당연하고... 그 가운데 동갑인 장로가 ‘뭐...아무 일도 안 하고 그냥 가만히 있어도 세월이 가면 자동적으로 은퇴하잖어...그러니 그냥 이름만 달고 있다가 같이 은퇴하자구.’ 이 말에 팩 돌아서 소리를..

중얼중얼 2023.08.28

노자의 버려야 할 네 가지

노자가 제시한 버려야 할 네 가지 驕氣, 多慾, 態色, 淫志. 어떤 이가 출전이 도덕경이라고 해서 81구절을 다 찾아봤지만 도덕경에는 이런 단어들이 없다. 각설하고... 驕氣는 말 그대로 교만한 기색이다. 자기가 제일이라는 생각이 그대로 나타난다. 겸손함이 없고 완장을 찬 오만함만 보인다면 스스로가 유치하고 졸렬한 인간?이라는 것을 드러낼 뿐이다. 나만이 옳다는 생각은 누구든지 가지면 안 된다. 특히 지도자 자리에 있는 者라면... 나만 옳으니 무조건 직진하면서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감히 칼자루를 쥔 나에게 대드는 것이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때려 잡는다. 多慾. 원래 인간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 법. 욕심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마는 지나친 욕심, 자기만의 욕심에 집착하는 경우엔 자신은 물론 주..

중얼중얼 2023.08.28

더위

이젠 이별해야 한다. 헤어질 결심을 했다. 헤어져야만 한다. 이 여인을 떠나보내야만 한다. 그런데 열정에 불타는 이 뜨거운 여인은 도무지 갈 생각이 없다. 여인은 나를 무시한다. 철저하게 내 뜻을 무시하는 것은 여인의 천부적인 권리다. 여인은 뜨겁게 달궈진 몸으로 매일 밤낮으로 나를 괴롭힌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지 맘대로 핥고 격한 애무를 한다. 나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그대로 내버려둘 수밖에 없다. 길고 긴 나날 동안 끈질기게 내 주위를 맴돌고 있지만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어 매일 진땀만 흘리고 있다. 하늘에 기댈 수밖에 없는 내 운명. 매년 이때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와서 괴롭히지만 올해엔 유난히 긴 시간 동안 내 곁에 머물고 있다. 어제 칠석날 견우와 직녀가 운우지정을 나누고 난 후 상봉..

중얼중얼 2023.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