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724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꽤나 시끄럽다. 비를 맞이하러 나와서 흠뻑 적시고 머금는다. 춤추며 내리는 비는 나를 둥둥 띄워 옛날로 흘려 보낸다. 걷는 내내 개구쟁이들은 옆에서 뛰며 놀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함께 간다. 따다닥 따다다닥 소리는 옛날 대나무 자루에 비닐을 씌운 우산을 떠올리게 한다. 약한 비닐이 찢어지면 다 걷어버리고는 대나무 작대기로 칼싸움도 하고 야구 배트로 공을 날리기도 한다. 살이 달린 뭉툭한 부분을 떼어 버리고 자치기 할 때도 썼지… 사람도 없는 너른 공원에서 옛날 어린 동무들을 만나서 비맞은 새앙쥐가 되어 마음껏 뛰논다. 아랫도리는 다 젖었지만 기분은 비구름 위 햇빛 쨍뺑한 하늘로 솟아 올랐다.ㅎㅎㅎ (20210831)

중얼중얼 2021.09.06

우산

전부 다 똑같다면 세상 살 맛이 나겠는가. 모두 다 똑같은 사람도 없고... 성적 순으로 한 줄로 세워서 모든 걸 판단 한다면 분명히 잘못된 사회다. 다양성, 다름을 인정하자. 나만의 것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자. 한 놈의 입에서 나온 말이 진리가 되고 모두가 그 말에 따른다면 그것 또한 분명히 잘못된 사회다. 그러니까 개 돼지로 불릴 수 밖에 없고... 모두가 한 입만을 바라보고 그 입에서 나온 소리에 맞춰 간다면 그 모두는 진짜 개 돼지만도 못한 바퀴벌레나 지렁이 같은 존재일 뿐이다...

중얼중얼 2021.08.31

버섯

현대는 자기꾸밈의 시대이다. 자기 PR, 자기표현의 시대에 자기만족이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해 멋지게 꾸미고 더 나아지려는 노력은 절대 잘못이 아니다. 스스로의 장점을 찾아 드러내고 더 잘 꾸며서 남에게 자랑하는 일은 오히려 권장해야 될 일이다. 이미지메이킹도 하고 화법도 배워 말투나 태도도 고치고...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본질은 감추고 겉모습만 치장하고 꾸며서 잘 보이려 한다는 것이다. 羊頭狗肉 겉으로는 번듯하고 그럴싸하게 허세를 부리지만 속은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있다는 뜻. 아무리 화장, 분장을 하고 치장을 해도 어미 뱃속에 들어갔다 나오지 않는 한 속을 바꾸지는 못한다. 아니 어미 뱃속에 들어갔다 나온다 해도 그 텅 빈 머리가 채워질까. 돌멩이가 금이 된다..

중얼중얼 2021.08.30

버섯

우후죽순이라더니 우후버섯이다. 비가 한 줄금 오고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이즈음 숲속에선 버섯들의 생명잔치가 벌어진다. 깊고 높은 산에는 더욱 다양한 것들이 피어오르지만 작은 뒷동산에도 제법 자태를 자랑하며 부드러운 흙은 밀고 올라온다. 생김도 색깔도 다 달라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생크림을 얹은 놈이 있는가 하면 곰보빵처럼 생긴 놈도 있다. 꼭 먹어야 제맛인가. 그저 보고만 즐겨도 좋다. 요즘 버섯들은 애들 말로 안구정화를 해주는 놀라운 친구들이다.

중얼중얼 2021.08.30

If I had a hammer

강매역에서 행주산성 가는 길에 야트막한 봉대산이 있는데 정상 부근에 녹슨 쇠종이 있다. 불이 난다든가 하는 위급한 상황에 치는 종이겠지. 아주 옛날 즐겨 듣고 부르던 노래가 생각난다. 온세상을 향해 경고의 종을 울리고 노래를 부를 사람들이 많아져야지... If I had a hammer, I'd hammer in the morning; I'd hammer in the evening, all over this land. I'd hammer-out danger. I'd hammer-out a warning. I'd hammer-out a love between my brothers and my sisters all, all, all, over this land. If I had a bell, I'd ring..

중얼중얼 2021.03.17

눈물 젖은 저녁

그대는 눈물 젖은 빵을 먹는 기분을 아는가. 마누라님이 무슨 가루를 사오라고 시켜서 마트에 가서 죽 진열한 것 중에 아무거나 하나 뽑아 왔더니 왜 튀김가루를 가져 왔냐고 한다. 슬리퍼 직직 끌고 다시 가서 부침가루로 바꿔 왔더니 이번엔 왜 작은 걸 가져 왔냐고 야단을 친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래도 눈탱이 밤탱이 안 된 게 다행이다...ㅜㅜ 마누라님이 한참을 지지고 볶고 하더니 요렇게 생긴 전병을 저녁으로 내놓네... 좌우지간 속에 들어간 것들이 다양하니 맛은 있어... 괴기와 버섯, 각종 야채와 무순에 맛살까지 온갖것 다 넣었네 눈치 보며 먹으면 소화가 안 된다는데... 조금씩 먹다 보니 긴장이 풀려 실실 웃으며 큰소리를... '어~~~거 참 맛있네~~~맛있어~~~' 이 음식이 나오는데 어떤 상황이..

중얼중얼 2021.03.14

교회

요즘 집콕하면서 여러 교회를 돌아다니는 재미도 쏠쏠하다. 당연히 홈페이지를 들여다보게 되고... 대부분의 홈페이지 첫 화면은 참 아름다운 말들로 채운다. 예를 들면 말씀으로 양육하는 교회, 성경을 묵상하는 교회, 열방 선교를 목표로 하는 교회, 사랑으로 섬기는 교회, 은혜를 나누는 교회, 성령으로 하나되는 교회 등등 참 아름다운 말들을 보여주고 있다. 참 좋다...그러나 뭔가 2% 부족하다. (그런 표현들이 나쁘다는 게 아니니 오해는 금물...가끔 제대로 읽지도 않고 손가락질 사람들이 있어서리...끄응) 지난 달... 아주 옛날 중고등부, 청년부에서 함께 재밌게 시간과 공간을 공유했던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선생님 생일 축하드려요~~~’하며 자기 근황을 알린다. (으이그 이렇게 민폐를 끼치다니...얼..

중얼중얼 2021.03.13

장례식장

장례식장 아흔하고도 여덟 해를 사신 친구 어머님이 돌아가셨다. 친구 어머니만이 아니고 형, 누나 그리고 동생들 5남매의 어머니 아니 우리들의 어머니... 일년만 지나면 白壽신데. 살면서 까맣게 잊고 지냈던 얼굴들을 만난다. 어릴 적 골목길에서 맨날 마주치던 얼굴들... 형 누나 동생들... 수십 년이 지났어도 마음만은 옛날과 똑같아 헤어지는 자리임을 잊고 만난 반가움에 서로 부둥켜 얼싸안는다. ‘야 걘 어디 사냐?’ ‘난 그놈이 보고 싶은데’ ‘아...그 형 돌아가셨다구?’ ‘니 누나는 어딨어?’ ‘오빤 그냥 고대로야 변한 게 읍써’ ‘변하믄 죽어 임마’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무수한 말들은 깊이 갈앉은 옛모습을 휘저어 떠오르게 하고 우리는 그 삶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다시 삼키며 되새김질을 한다. ‘야 니 ..

중얼중얼 2021.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