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737

누군가를 끌고 거의 수직이나 되는 길을 힘들게 올라간다. 미끄러지면 나무를 붙잡고 힘이 없는 친구를 부여 잡고 밀고 해서 거의 다 올라갔다. 매일 편하게 지나던 길이 갑자기 솟아 올라 절벽이 되었는데 저 아래 늘 다니던 길이 보인다. 어쨌든 지친 친구를 데리고 꼭대기까지 올랐는데 문이 하나...문을 열고 들어가니 미로처럼 좁은 길이 있고 또 계단. 계단을 올라 또 문. 힘들게 열고 들어가니 아주 넓은 방에 탁자가 여럿이 있고 천장에는 십자가가 있고 어떤 사람이 다가오더니 자기가 목사라며 술병을 들어 컵에 따라준다. 친구는 어이없어 하고 나는 이름만 목사야 신경쓰지마 하며 친구를 다독이고...그러곤 목사한테 큰 소리로 야단을 치다가 깼다. 아...꿈이야...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친구의 얼굴이 생각나지 않..

중얼중얼 2021.10.21

개잡기레기

사람을 만나 잠깐이라도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면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대강 짐작할 수 있다. 요즘 댓통 후보로 나오는 이들이 한마디만 해도 그의 세계관과 역사관 사람과 사물을 대하는 태도, 그 머릿속에 깊숙이 깔려 있는 중심된 사고 등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하지 않아도 참 가관인 놈들이 있다. 이게 무슨 학급의 오락부장이나 줄반장을 뽑는 것도 아니고... 한숨과 탄식을 저절로 새나오게 하는 놈들...ㅉㅉㅉ...수준 이하다. 아무리 이념?과 정치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할지라도 어떻게 저런 놈을 지지한단 말인가. 무식한데다 무지하고 거기에 솔직하지도 않고 변명도 얼렁뚱땅... 이해불가다. 정치의 수준이 땅에 떨어졌다. 국격을 논하던 년놈은 다 감옥에 가있는데 갸들보다 더 멍청하고 어리버..

중얼중얼 2021.10.09

선물

마지막 학교에서 함께 근무하던 후배선생이 전화를 해왔다. ‘형님...댁에 계슈?’ ‘응...뭐 바쁘고 화려한 백수지만 지금은 집에 있네’ ‘알았슈. 곧 갈게’ 무슨 일이지? 갑자기? 한 십 분이 지난 후에 ‘형님 내려 오슈. 집 앞이여’ 차 옆에서 차도 없이 오랜만에 만나 해묵은 이야기를 나누니 이 그림도 재밌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차문을 열더니 갑자기 작은 상자 하나를 꺼내 내민다. ‘형...이거 내가 지난 8월에 정년퇴직하면서 직원들에게 준 선물이야. 형 꺼 남겨서 가지고 온거야’ ‘하...이런...고맙네...뭘 이런 것까지...’ 제수씨가 도예공방을 하니 거기서 만든 것이라 한다. 내가 정년한 지 5년차. 6년이 가까워 오는데... 이제는 벌써 잊을 만한 시간이 흘렀는데, 나를 기억하고 있..

중얼중얼 2021.09.30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꽤나 시끄럽다. 비를 맞이하러 나와서 흠뻑 적시고 머금는다. 춤추며 내리는 비는 나를 둥둥 띄워 옛날로 흘려 보낸다. 걷는 내내 개구쟁이들은 옆에서 뛰며 놀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함께 간다. 따다닥 따다다닥 소리는 옛날 대나무 자루에 비닐을 씌운 우산을 떠올리게 한다. 약한 비닐이 찢어지면 다 걷어버리고는 대나무 작대기로 칼싸움도 하고 야구 배트로 공을 날리기도 한다. 살이 달린 뭉툭한 부분을 떼어 버리고 자치기 할 때도 썼지… 사람도 없는 너른 공원에서 옛날 어린 동무들을 만나서 비맞은 새앙쥐가 되어 마음껏 뛰논다. 아랫도리는 다 젖었지만 기분은 비구름 위 햇빛 쨍뺑한 하늘로 솟아 올랐다.ㅎㅎㅎ (20210831)

중얼중얼 2021.09.06

우산

전부 다 똑같다면 세상 살 맛이 나겠는가. 모두 다 똑같은 사람도 없고... 성적 순으로 한 줄로 세워서 모든 걸 판단 한다면 분명히 잘못된 사회다. 다양성, 다름을 인정하자. 나만의 것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자. 한 놈의 입에서 나온 말이 진리가 되고 모두가 그 말에 따른다면 그것 또한 분명히 잘못된 사회다. 그러니까 개 돼지로 불릴 수 밖에 없고... 모두가 한 입만을 바라보고 그 입에서 나온 소리에 맞춰 간다면 그 모두는 진짜 개 돼지만도 못한 바퀴벌레나 지렁이 같은 존재일 뿐이다...

중얼중얼 2021.08.31

버섯

현대는 자기꾸밈의 시대이다. 자기 PR, 자기표현의 시대에 자기만족이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해 멋지게 꾸미고 더 나아지려는 노력은 절대 잘못이 아니다. 스스로의 장점을 찾아 드러내고 더 잘 꾸며서 남에게 자랑하는 일은 오히려 권장해야 될 일이다. 이미지메이킹도 하고 화법도 배워 말투나 태도도 고치고...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본질은 감추고 겉모습만 치장하고 꾸며서 잘 보이려 한다는 것이다. 羊頭狗肉 겉으로는 번듯하고 그럴싸하게 허세를 부리지만 속은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있다는 뜻. 아무리 화장, 분장을 하고 치장을 해도 어미 뱃속에 들어갔다 나오지 않는 한 속을 바꾸지는 못한다. 아니 어미 뱃속에 들어갔다 나온다 해도 그 텅 빈 머리가 채워질까. 돌멩이가 금이 된다..

중얼중얼 2021.08.30

버섯

우후죽순이라더니 우후버섯이다. 비가 한 줄금 오고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이즈음 숲속에선 버섯들의 생명잔치가 벌어진다. 깊고 높은 산에는 더욱 다양한 것들이 피어오르지만 작은 뒷동산에도 제법 자태를 자랑하며 부드러운 흙은 밀고 올라온다. 생김도 색깔도 다 달라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생크림을 얹은 놈이 있는가 하면 곰보빵처럼 생긴 놈도 있다. 꼭 먹어야 제맛인가. 그저 보고만 즐겨도 좋다. 요즘 버섯들은 애들 말로 안구정화를 해주는 놀라운 친구들이다.

중얼중얼 2021.08.30

If I had a hammer

강매역에서 행주산성 가는 길에 야트막한 봉대산이 있는데 정상 부근에 녹슨 쇠종이 있다. 불이 난다든가 하는 위급한 상황에 치는 종이겠지. 아주 옛날 즐겨 듣고 부르던 노래가 생각난다. 온세상을 향해 경고의 종을 울리고 노래를 부를 사람들이 많아져야지... If I had a hammer, I'd hammer in the morning; I'd hammer in the evening, all over this land. I'd hammer-out danger. I'd hammer-out a warning. I'd hammer-out a love between my brothers and my sisters all, all, all, over this land. If I had a bell, I'd ring..

중얼중얼 2021.03.17

눈물 젖은 저녁

그대는 눈물 젖은 빵을 먹는 기분을 아는가. 마누라님이 무슨 가루를 사오라고 시켜서 마트에 가서 죽 진열한 것 중에 아무거나 하나 뽑아 왔더니 왜 튀김가루를 가져 왔냐고 한다. 슬리퍼 직직 끌고 다시 가서 부침가루로 바꿔 왔더니 이번엔 왜 작은 걸 가져 왔냐고 야단을 친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래도 눈탱이 밤탱이 안 된 게 다행이다...ㅜㅜ 마누라님이 한참을 지지고 볶고 하더니 요렇게 생긴 전병을 저녁으로 내놓네... 좌우지간 속에 들어간 것들이 다양하니 맛은 있어... 괴기와 버섯, 각종 야채와 무순에 맛살까지 온갖것 다 넣었네 눈치 보며 먹으면 소화가 안 된다는데... 조금씩 먹다 보니 긴장이 풀려 실실 웃으며 큰소리를... '어~~~거 참 맛있네~~~맛있어~~~' 이 음식이 나오는데 어떤 상황이..

중얼중얼 2021.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