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12 10

매 미

7년이라는 긴 시간을 묵묵히 기다려羽化登仙해서 기껏 일주일...한평생 울기만 하다가 이제 떠날 때가 되었네.곳곳에 떨어진 신선의 주검.가야할 때를 알고 받아들이는 아름다운 뒷모습.매미를 칭찬하고 싶다.이미 중국 진나라 육운은 한선부(寒蟬賦)에서매미의 오덕(五德)인 문(文)ㆍ청(凊)ㆍ염(廉)ㆍ검(檢)ㆍ신(信)을 설파했다.頭上有緌則是文也 머리에 갓끈 무늬가 있으니 문인의 기상이 있다.含氣飮露則其淸也 천지의 기운을 품고 이슬을 마시니 청정함이 있다.黍稷不食則其廉也 곡식을 먹지 않으니 청렴함을 갖추고 있다.處不巢居則其儉也 거처로 둥지를 만들지 아니하니 검소함이 있다.應候守節則其信也 철에 맞추어 나타나고 사라지니 신의가 있다.다시 풀어 보면...1. 매미의 머리가 관의 끈이 늘어진 모습과 흡사해 ‘문인의 기품’이..

중얼중얼 2024.08.12

더 위

더 위어머니의 큰 소리‘하이고 덥다. 답답다.’침대 옆에 앉는다.‘날씨가 디게 더운가베...’부채질을 한다.찬 공기를 만드는 냉방기는 말도 안 되고,선풍기 바람은 세서 싫다 하시니...부채를 살살 흔든다.금세 편안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주무신다.어머니도 내가 어릴 적이렇게 부채질을 해주며여름을 나셨겠지.부채바람은 항상 나에게 향하고...냉방기도 없고 자동차도 흔치 않은그 시절로 돌아가우물물에 등목하고 미숫가루 들이마시고 싶다.살랑살랑 흐르는 부채 바람을 다시 맞고 싶다.#부채 #더위 모든 공감:40회원님, Sang-il Oh, 김홍식 및 외 37명

미메시스 2024.08.12

노자가 제시한 버려야 할 4가지

작년에 올린 글인데 페부기가 알려주네.여전히 변함없는 우리 현실.날씨도 작년 오늘 더웠던 모양인데오늘이 훨씬 더 더울껄껄껄~~~  노자가 제시한 버려야 할 네 가지驕氣, 多慾, 態色, 淫志.어떤 이가 출전이 도덕경이라고 해서 81구절을 다 찾아봤지만 도덕경에는 이런 단어들이 없다.각설하고...驕氣는 말 그대로 교만한 기색이다.자기가 제일이라는 생각이 그대로 나타난다.겸손함이 없고 완장을 찬 오만함만 보인다면 스스로가 유치하고 졸렬한 인간?이라는 것을 드러낼 뿐이다.나만이 옳다는 생각은 누구든지 가지면 안 된다. 특히 지도자 자리에 있는 者라면...나만 옳으니 무조건 직진하면서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감히 칼자루를 쥔 나에게 대드는 것이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때려 잡는다.多慾. 원래 인간의 욕심..

중얼중얼 2024.08.12

반가움

그동안 뜸했던 오전 걷기를 다시 하기로 맘을 먹고 뒷동산에 올랐다.한달여 동안 쉬었더니 배도 나오고 살이 찌는 느낌? 뱃살 줄여야지ㅎㅎㅎ...서너 바퀴 돌면 한 시간 남짓이니 멀리 갈 상황이 안되는 요즘 나에겐 안성 놋그릇.집과 가까우니 언제든 바로 들어올 수 있고 약하지만 오르내림도 있어 등산?하는 느낌도 나고...게다가 해가 뜨거운 요즘엔 제법 숲이 우거진 그늘이라 걷기에 좋다.날이 더우니 조금만 걸어도 땀이 비오듯 흐른다.게으름 피우지 말고 매일 올라와야지 다짐한다.옛날에 가끔 봤던 노란 치마 아가씨도 만났다.예전에 있던 곳을 눈여겨 보았지만 보이지 않아 약간 섭섭했는데바로 반대편 아래에 약간의 거리를 두고 둘이 앉아있네. 반갑다.ㅎㅎㅎ반가움.반가움은 낯익음에서 온다.낯익은 소리, 낯익은 모습.어머..

미메시스 2024.08.12

손톱 깎기

복된 손톱 깎기돋보기를 쓰고 엄마의 손톱을 다듬는다.뼈만 남은 앙상한 손.가느다란 손이 여전히 곱다.애들 어릴 때 여린 손톱을조심조심 다듬어주던 기억이 떠오르네.이젠 어린애가 된 엄마.흐릿한 눈을 껌뻑이며 다칠세라 조심스레 깎는다.누군가 그랬다.손발톱을 스스로 깎을 수 있을 때까지만 살자구.그래도...엄마 손발톱을 깎아드리는 것도 내 복이고아들이 손발톱을 깎아주는 것도 엄마 복이지.암~~~내 복이고 엄마 복이지.#손톱깎기 #복

미메시스 2024.08.12

어머니

어머니평생 큰 병, 잔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셨다.하루도 누워 자리보전하지 않았으니 건강이 큰 자랑.어딜 가나 누구에게나 자랑하고 뭇사람들에게 찬사를 받았다.특별히 보살피고 각별하게 모시지도 않아 부끄럽지만당신은 혼자 뜻대로 즐겁고 건강하게 지내셨다.자식에겐 큰 복인데병원 한 번 모시고 가지 못해본 자식은그 복 한가운데 살면서 복인 줄도 몰랐다.편찮으신 어른 병구완 하느라 고생한다는 뭇사람들의 말도남의 일이니 귓등으로 듣고 흘렸다.당연히 여태 지내온 것처럼무심한 하나 아들에게 잔소리하시다가‘내 간다. 잘 있어라.’ 하시고 조용히 눈을 감으실 줄 알았다.평온하게 이어지는 삶이 어디 있겠냐마는뜻하지 않게 한 번 넘어져 누우심으로자랑과 복이 한순간에 사라졌다.갑자기 눈앞에 닥친 현실에 난감하다.정을 떼려..

미메시스 2024.08.12

섬 망

섬망밤중에 어머니 소리에 놀라 급히 건너간다.‘답답다...물 좀 주소’물을 빨대로 드리면 겨우 한 모금 하시고는‘하이고 시원타’ 하신다.물끄러미 나를 보시고는‘아침 자셨어요?’옆에 서있는 애들 엄마를 보고는‘어디서 왔어요? 멀리서 왔어요?’‘우리 메누리한테 밥 달라 캐요, 가가 참 이상타, 짭질맞아.’‘갈 때는 불 켜달라 캐요. 어두운데 조심해 가요’흐려진 눈에 잔뜩 힘을 줘 초점을 맞춘다.뼈만 남은 앙상한 손으로 가리키며떠오르는 얼굴 하나하나를 응시한다.백 년의 시간을 하나하나 되짚어 본다.당신만의 세계를 고집하며바깥은 인정하지도 보지도 않고그 안에서 또아리를 틀고 앉아만 있다.어두운 방안이 갑자기 환해지고백 년의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간다.*이상타 : 범상치 않다 *짭질맞다 : 짭잘하다의 방언#백년 #섬망

미메시스 2024.08.12

혼 돈

혼 돈모든 육체의 기능이 소멸해 가는 중하나 아들도 알아보지 못하시고밤인데 아침 인사를 한다. 아침 자셨어요?며느리를 보고는 아이고 어디서 오셨어요? 멀리서 왔어요?우리 며느리한테 밥 달라고 해요.가가 솜씨가 좋아요.갈 때는 조심해 가요. 어두우면 불 켜고...흐릿한 눈으로 먼뎃산을 보며여름 손님은 범보다 무섭다는데 하며없는 손님을 탓하고…손님이 오시면 대접을 단디해야 하는데 하며누군지도 모르면서 우리를 탓한다.이 세상엔 당신 혼자뿐이다.#혼돈 #며느리 #여름손님

미메시스 2024.08.12

섬망광풍

섬망 광풍소리를 지르신다.물 좀 주소급히 가서 채소쥬스를 드린다.빨대로 한모금 드시고는‘아...새콤하니 맛있네’초점 잃은 눈으로 물끄러미 보기만 하신다.잠깐 옆을 지키다가 돌아 나온다.5분도 안 되어서 다시 부르신다.머리를 흔들며‘하이고 답답다’ ’고 물 있어요?’한모금 드시곤 ‘아 시그럽다’잠깐 신경을 쓰지 않으면방수 매트를 다 던지고 기저귀 다 벗고흥건히 젖은 요 위에 누워 계신다.가쁜 숨에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르고‘물 물 물’ 손짓한다.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큰 소리로 부르고 뜻모를 단어만 반복하시고...아...꼬박 이틀 동안 숨가쁘게 되풀이한전쟁 아닌 전쟁.무엇을 보는지 같이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무엇을 듣는지 나도 들으면 좋으련만함께 공유하며 듣지도 보지도 못하니어차피삶이란혼자임을느낀다.#섬망..

미메시스 2024.08.12

걷기 운동

짬을 내서 이십여 일 만에 호수공원에 나갔다.매일 오전에 두시간 이상 걷는 일상인데 오랜만에 걸으니 한 시간 정도에서 힘듦을 느낀다.예전엔 1k를 10분이면 갔는데 이젠 11분이 넘고....힘듦과 느려진 속도가 체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한 달여 동안 거의 집안에서만 있어서 그렇다고 위안을 한다.집안에서라도 운동을 해야 하는데 워낙 게으른 천성에 의지박약이니ㅜㅜ마음도 편치 않으니 운동을 할 정신적인 여유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의지를 일깨우고 게으름에서 벗어나 많은 움직임을 가져야겠다.이렇게 생각은 하지만 과연 실천할까?ㅎㅎㅎ#운동 #체력

중얼중얼 2024.08.12